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전문가협의회 '진화론' 및 '시조새·말의 화석'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진화론은 모든 학생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는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 진화론에 대한 해석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한 '진화론 내용 수정·보완 가이드라인'을 5일 제시했다.
이는 '진화론은 가설 수준의 이론이기 때문에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일부 단체의 청원제기에 따른 것으로 한림원은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제작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요청으로 꾸려진 전문가협의회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과 진화론 및 화석학 전문가, 기초과학학회연합체 전문가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진화론'은 과학적 반증을 통해 정립된 현대 과학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론 중 하나로 현대 과학을 배우는 모든 학생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 생명의 탄생과정과 생물종의 진화 문제는 분명하게 구분해 설명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제시했다.
'진화론'을 과도하게 단순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줄이도록 제안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교수는 "이번 논의를 통해 시조새와 말 화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논란이 제기된 것은 화석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는 과정을 과도하게 단순화시키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조새 화석과 관련해 "최근 시조새 화석에 대한 논란은 진화의 구체적인 과정을 밝히려는 노력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학적 논란으로 진화론의 가치를 부정하는 근거로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융남 박사는 파충류에서 현생 조류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시조새 한 종류만 발견된 게 아니라며 "시조새와 비슷한 진화단계에 있는 수많은 원시조류 화석들이 발견돼왔으나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실리지 못해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현재 일부 과학교과서에서는 시조새를 조류 또는 파충류에 가까운 '유일한 중간종'으로 오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다"며 "원시조류에서 현생 조류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화석이 존재함을 보충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말의 화석'에 관해서는 현재 일부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서 말의 진화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단순한 '직선형'의 진화도를 새로운 '관목형' 진화도로 대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황의욱 경북대 교수는 "말의 진화는 진화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말의 진화가 점진적 직선형 경로가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따라 복잡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이 최근 고생물학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말의 진화는 직선형으로 진행된 게 아니라 다양한 가지를 뻗어나가는 관목형으로 진행돼왔다"며 "진화를 표현하는 방식을 너무 단순화했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수정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송부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과학교과서 인정기관인 서울시교육청과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발행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이 9월 말까지 가이드라인을 참조해 만든 고등학교 과학교과서를 승인하면 2013학년도 고등학교 과학교과서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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