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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산책]하나금융 '자기색깔 찾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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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산책]하나금융 '자기색깔 찾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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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넘게 이어진 대화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돈과 일에 대한 그의 철학이었다.

그는 돈을 짐승에 비유했다. 그것도 '발이 넷 달린 짐승.' 우리는 발이 둘뿐이니 아무리 쫓아가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망스러운 답이었다.


'그럼 (나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 돈은 체념해야 하는 것일까' 하고 풀 죽어 있는데 뒷말이 이어졌다.

"거꾸로 네 발 달린 그 짐승이 뒤에서 쫓아온다면 어떨까요? 아무리 도망쳐도 결국 잡히지 않겠어요." 멋진 반전(反轉)이다.


돈에 관한 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생생한 명쾌한 분석이다.(살다보니 있을 때보다 없을 때 이 말이 더 간절해서 '혹시 누가 쫓아올까' 뒤돌아보곤 하는데 문제는 그 짐승이 늘 저만치 앞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에 대해서는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일의 성과는 회사가 가져가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업무 노하우는 온전히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는 것, 그래서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다보면 회사로부터 늘 부름을 받게 되며 자리도 높아지고 돈도 따라온다고 했다. 그게 세상의 이치라고 했는데 그의 삶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조그만 단자회사(한국투자금융)에서 출발해 1991년 은행업에 진출했고 충청은행(1998년)과 보람은행(1999년)을 합병해 하나금융의 틀을 닦았으니 말이다. 윤병철 전 하나은행 회장에 관한 에피소드다.(나는 2001년 봄 회현동 우리금융지주 회장실에서 인터뷰어-인터뷰이로 그를 만났는데 당시 그는 자신이 키운 '하나'를 막 떠나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게 하나 더 있다. 똑같이 단자에서 시작한 '하나'가 '보람'을 합병할 수 있었던 동력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망설임 없이 기업문화라고 답했다. 보람은 은행 전환 이후 임원을 많이 영입한 반면 하나는 경영진은 그대로 두고 행원을 주로 뽑았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하나금융 경영진은 지난 30년여간 큰 변화가 없다. 단자 시절 멤버인 윤병철-김승유(하나금융 회장)-윤교중(전 하나금융 부회장)-김종열(하나금융 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으며 조직을 끌어왔다. 그들이 하나금융의 주역이며, 그들이 공유한 일처리 방식이 기업문화의 원형인 셈이다.


인생의 절정은 몇 살쯤일까. 혈기왕성한 20대나 30대 아닐까.


그러나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는 40대라고 말한다. '남자들에게'란 책에서 만약 연애를 한다면 40대 남성을 택하겠노라고 고백했다. '20대는 너무 어리고 30대는 풋내가 난다. 40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남자다운 중후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40대는 아니다. 자기 색깔이 분명한 40대에게 끌린다고 했다.


하나금융은 1971년 6월 한국투자금융으로 출범했으니 올해로 마흔 한 살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기준에 따르면 중후함을 확보한 것이다. 인생의 절정기를 막 지나고 있다.


그런데 달리 보면 지금 하나금융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기업의 분명한 자기 색깔, 즉 기업문화의 위기다. 김종열 사장에 이어 김승유 회장까지, 기업문화의 원형인 그들이 떠나도 자기 색깔이 유지될까?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의 용퇴를 저지하고 있는 '하나금융 사람들'은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종인의 당신과 함께 하는 충무로산책 보기






박종인 부장 a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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