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6월 어느 날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한 할머니가 거동도 못한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다들 가족들과 롤러코스터와 동물구경에 바쁜 관람객들은 이 할머니가 물어 물어 길을 찾겠지 싶었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대만에서 가족과 함께 한국나들이에 나서 손자손녀들이 그리도 가고 싶다던 에버랜드를 찾았지만 인파 속에서 길도 가족도 잃었다. 한국말을 못하니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노릇.
하지만 어트랙션 운영그룹 전재우 사원이 이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우선 따뜻한 음료를 제공한 전 사원은 거동이 불편한 점을 고려해 휠체어에 할머니를 태워 직접 에버랜드 구석구석을 뒤진 끝에 가족을 찾아줬다.
할머니는‘너무 고맙다’며 9만원을 건냈지만 그는 이를 정중히 사양했다. 이후 3개월이 지난 5일 해외에서 전 사원 앞으로 도착한 택배에서는 대만 할머니가 정성스레 쓴 감사 편지와 차(tea), 티셔츠 등이 담겨있었다.
에버랜드의 이 같은 감동 서비스가 중화권에 입소문으로 타고 번지며 현지 관광객들이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30일 에버랜드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에버랜드를 찾은 중국인은 4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30%나 늘었다. 중화권 전체 입장객도 지난해 27만명에서 30만명으로 늘어 11월부터 대만과 홍콩 관광객들이 즐겨찾은 크리스마스축제가 진행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연말까지 에버랜드를 찾는 중화권 관광객의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에버랜드는 지난 7월 중국 건강식품회사 인피니투스 우수직원 관광 유치에 성공했고, 이 달에도 역대 최고 규모의 중국 대형직판업체 바오젠 직원 1만487명이 다녀가는 등 개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단체 여행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중화권 관광객들이 에버랜드를 찾는 이유는 사파리월드와 T 엑스프레스 등 세계적인 어트랙션에 대한 선호도도 높고 중화권 관광객을 위해 중국어 지도 제작ㆍ안내방송ㆍ중국어 가능 직원 선발 등 관광 인프라를 갖춘 점에 원인이 있지만 이 같은 하드웨어적 요소보다도 에버랜드 직원들이 제공하는'서비스'에 감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에도 한 직원은 현금과 중국 인민폐, 핸드폰 등 귀중품이 든 가방을 화장실에서 발견하고 신속하게 신고해 여행객 에게 되돌려 줬다. 또 최근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김덕래 씨는 치아 교정기를 분실한 한 어린이의 사연을 손님으로부터 듣고 쓰레기장으로 가 일일이 쓰레기 봉투를 뜯어 확인해 찾아 줘 손님으로부터 칭찬 편지를 받기도 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T 익스프레스를 탑승하다가 잃어버린 청각 장애학생의 보청기를 찾기 위해 놀이기구 운행을 잠시 멈추고 모든 직원이 동원돼 보청기를 찾아 낸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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