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ELW 전체 거래내역 제출 요구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주식워런트증권(ELW)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본격적인 법정공방을 앞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 내용에 대해 변호인단이 문구의 의미를 되짚어 나가자 검찰이 바로 반박에 나선 것.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공소장에서 밝힌 내용 중 쟁점이 될 만한 사안은 서면으로 정리하자고 교통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8부(김시철 부장판사)는 스캘퍼들에게 ELW 전용회선을 내주고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HMC투자증권·대우증권·유진투자증권·LIG투자증권·삼성증권·한맥증권 등 6개 증권사 변호인단과 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공판은 변호인단이 검찰 기소 내용에 대한 쟁점을 부각시키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변호인단은 “ELW 매매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거래 속도와 거래를 위한 알고리즘이 앞서야 한다”며 “각 증권사는 스캘퍼들이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증권사가 전용선을 제공해 스캘퍼들의 거래 속도가 빨라졌고, 이 때문에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만 공소내용의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지적한 것.
검찰 측은 “매매 속도의 문제가 핵심”이라며 “전용선을 제공받은 스캘퍼들 각각 다른 수준의 매매 로직(알고리즘)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증권사가 제공한 전용선이 스캘퍼들이 부당이득을 취하는데 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각 증권사에 ELW 거래 내역을 자료로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일반투자자들을 포함한 전체 ELW 거래 규모가 어느 정도 인지 살펴보고, 그 안에 스캘퍼들의 비중은 얼마인지 비교해보겠다는 것이다. 이 자료를 통해 전용선을 사용한 스캘퍼들 대부분이 실제로 이득을 취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스캘퍼 가운데 이번에 기소된 사람들의 거래 내역을 따로 추릴 예정이다. 이 자료에는 ELW 거래규모 뿐 아니라 각 투자자의 손익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거래내용이 모두 들어간다. 필요에 따라서는 투자자의 개인 인적사항도 첨부된다.
스캘퍼라는 용어에 대한 재정의도 지난 공판에 이어 다시 쟁점사안으로 부각됐다. 변호인단은 “스캘퍼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미를 한정지어 줄 것을 요구했다. 스캘퍼라는 용어가 쓰이는 곳에 따라서는 불법행위를 의미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변호인단과 검찰은 공소장에 명시돼 있는 스캘퍼 용어에 대한 설명을 다시 읽어가며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 했다. 하지만 의견수렴이 어렵자 재판부는 그 부분을 따로 서면으로 정리해 제출하도록 검찰에 요구했다.
총 12개 증권사 대표와 관련자가 기소된 이번 사건은 4개 재판부에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신증권 재판을 맡고 있는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의 공판 진행이 가장 빠르다. 기소 내용과 증인 등이 대부분 중복되는 상황에서 대신증권 공판 상황이 다른 공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김앤장과 광장이 맡고 변호를 맡고 있는데 이들이 변호인단이 사건을 주도해 이끌기 위해 가장 먼저 공판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형사합의28부는 다음달 24일 한 번 더 공판준비기일을 갖고,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집중심리를 열기로 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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