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 톈진시 빈하이신구를 가다...송 시장 "우리보다 출발 늦었는데"...부러움 감추지 못해..."인천경제구역에 중앙 정부 지원 절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천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이젠 훨씬 앞서고 있다. 분발해야겠다. 하드웨어로 상대하긴 어려우니, 소프트웨어로 승부해야 한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2박3일간 중국 톈진시의 경제특구인 빈하이신구를 방문하고 온 송영길 인천시장의 소감이다.
◇ 이례적 대규모 방문단‥무슨 일?
송 시장이 15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지역 인사들과 함께 빈하이신구를 찾은 이유는 답답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사업의 현실을 타개할 묘책을 찾기 위해서였다.
송 시장이 개발 책임을 맡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국가 주도로 외국 자본ㆍ기업을 유치해 대한민국의 100년 먹거리를 찾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정부가 사실상 손을 떼고 인천시에 떠넘긴 후 5개의 경제자유구역을 추가로 지정하는 등 방관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27조 원의 국내 자본이 투자됐지만 지난 6월 말 현재 외국기업ㆍ연구소 32개, 외자 4억8600만 달러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대신 아파트 단지 31개가 들어 찬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반면 톈진의 반하이신구는 2006년 사업이 본격화 된 후 외국기업 4864개, 투자 금액 460억 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해 지난 2010년 기준 경쟁상대인 상하이 푸동지구를 추월하는 등 경제 특구 사업의 모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빈하이신구는 수도 베이징의 관문 역할을 하는 항구이며, 위도 38도 선에 위치해 있고, 수많은 조계지가 자리잡는 등 외세 침략의 근거지가 됐던 점, 배후에 국제공항ㆍ항만이 위치해 있는 등 인천과 지리ㆍ역사적으로 매우 유사한 곳이다. 이에 따라 송 시장은 빈하이신구의 성공 사례 배우기에 나섰다.
◇ 빽빽한 마천루, 광대한 항구, 외국기업 수두룩
실제 지난 2일 송 시장과 함께 방문한 빈하이신구는 인천경제구역(169.5㎦)의 10배가 넘는 부지(2270㎦)가 일단 압도적이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버스로 1시간 가량 달리면서 보이는 곳이 모두 항구였다. 면적이 30㎦에 달한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현재도 연간 140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할 수 있지만, 이를 2800만 TEU 용량으로 두 배로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11m인 수심을 19.5m로 준설하는 공사도 한창이었다. 초대형 화물선을 유치하기 위해서란다.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있는 배후부지는 방문단 일원의 배를 아프게 했다. 삼성, 엘지, 현대, 포스코, 대한항공, 금호타이어 등 국내 대기업들이 다 들어와 있고 한다. 모토롤라, 도요타, 마쓰시다, 코카콜라, 하니웰, 네슬레 등 이름만 대면 아는 글로벌 기업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빈하이신구 안내자에 따르면, 이 곳에 입주한 한국 기업만 3000개가 넘고 이 곳에서 일하는 교포들만 5만 명에 달했다. 전세계 500대 기업 중 80여 개 기업이 152개의 법인을 설립해 투자했다는 설명도 귀에 콕 박혔다. 돌아 나오는 버스에선 크루즈항과 인공백사장과 요트계류장 건설 현장도 보였다. 단순 무역항이 아니라 레저ㆍ관광까지 겸하는 복합 항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이후 찾아간 금융업무지구 공사 현장에선 고속철도 역과 초고층 빌딩들 수십 개가 한꺼번에 공사 중이었다. "저렇게 많이 지으면 누가 입주하지"라는 의문은 "이 곳은 이미 입주할 기업들이 다 확정됐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쑥 들어가고 말았다.
점심 식사 후 찾아간 영창악기 톈진 공장은 또 다시 방문단 일행의 배에 통증을 유발했다. 1995년 인천 서구에 있던 공장을 옮겨 왔는데, 450여 명의 한국인 직원과 500여명의 중국인 직원을 고용해 연 2만대를 생산, 8000대를 수출하고 나머지 1만2000대는 중국 내수용으로 판다고 한다. 방문단 한 관계자는 "인천에 이 공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중국에 와서 직접 보니 더욱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어 찾아간 에어버스 톈진 조립 공장은 빈하이 경제특구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주는 곳이었다. 삼엄한 보안과 경비 속에 공장에 들어가니 중형여객기인 A320기 3대가 조립 중이었다. 한 달에 4대를 조립해 매년 48대를 생산하며, 매출액은 약 3조원 대, 고용 인력은 약 1000명 가량이다. 전량 부품을 유럽에서 들여 오고 있지만 몇년 내에 기술 이전을 통해 자체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거대한 첨단산업 공장이 빈하이신구에 들어선 것은 중앙 정부의 전폭적 지원때문이었다. 중국 정부는 에어버스사로부터 항공기 100대를 사주겠다는 조건으로 이 공장의 합작 투자를 제안해 성사시킨 후 설립 자본금의 49%를 톈진시 정부와 함께 투자하는 등 사실상 톈진 공장 설립을 주도했다고 한다. 특혜 톈진 출신인 원자바오 총리의 보이지 않는 후광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이를 목도한 송영길 인천시장은 방문을 마치고 나오던 중 "인천경제자유구역은 토지 용도를 변경하는 것 조차도 일일이 중앙 정부의 간섭을 받아야 한다"며 부러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 성공 비결은?
이처럼 빈하이신구가 수많은 외국기업ㆍ자본을 유치해 성공한 경제 특구로 자리잡은 배경은 무엇보다도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자체의 효율적인 행정 지원 때문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 황싱궈 톈진시장은 지난 1일 현지에서 아시아경제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앙 정부가 종합개혁특구로 지정한 후 2008년부터 3년간 10개 부문 18개 조항의 특별 지원과 규제 철폐를 해준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며 "우리는 외국 기업들에게 자녀 교육ㆍ의료ㆍ주택 등 좋은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애만 낳고 내다 버린' 한국 정부의 무관심, 수도권 규제 등에 묶여 꼼짝도 못하는 인천경제구역과는 출발부터 다른 것이다.
특히 빈하이신구는 국내외 기업 구분없이 입주 기업에 대해 세제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투자 규모에 따라 토지공급 또한 싼 값에 받을 수 있다. 투자 유치에 공을 세우면 공무원은 파격 승진하고 민간인에겐 금전적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톈진항의 자유보세구역도 빈하이신구에서 생산하는 물품을 신속하게 수출하도록 도와준다. 또 지자체 차원에서 협의체를 구성해 원스톱 행정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인천경제구역은 국내 대기업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사실상 역차별받는다. 최근 LG전자가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세우려다가 외자 유치 등의 까다로운 조건에 따라 기존 산단인 인천 서구 소재 서부산업단지로 부지를 옮긴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그룹의 바이오시밀러 송도 투자도 가장 큰 걸림돌이 삼성 측이 외자 유치를 꺼린다는 것이었다. 인천시 한 관계자는 "비상장회사의 경우 송도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며 "그냥 입주할 경우 역차별을 받고, 외국회사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으려면 회사를 상장해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을 공개해야 하는데 어느 기업주가 그걸 좋아하겠냐"고 한탄했다.
인센티브도 적다. 인천경제구역은 법인세ㆍ소득세ㆍ취득세ㆍ재산세는 3년간 100%, 이후 2년간은 50%를 감면받고, 토지는 50년까지 무상 임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정해진 범위 내에서 지자체가 자유롭게 면세 범위를 정해 지원해주는 등 훨씬 더 선택의 폭이 넓다. 행정 지원도 빈하이신구는 관할 기관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인천시, 관할 지자체와 인천경제청간의 의사 소통이나 업무 분장 등이 원활하지 못해 관할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 빈하이신구는 공항ㆍ항만의 배후에 물류단지ㆍ첨단산업단지가 잘 조성돼 있어 상호간 유기적인 영향을 발휘하고 있지만 인천은 공항과 배후에 이렇다할 물류단지나 산업단지ㆍ자유무역 지대가 구성돼 있지 못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공항ㆍ항만이 결국 인천경제자유구역 활성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 따라가려면?
4년 늦게 출발한 빈하이신구에 따라 잡힌 인천경제구역이 다시 역전할 수 있는 길은 있을까? 답은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과감한 인센티브를 따내는 일은 정치적 문제라 차제하더라도, 인천시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의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한 효율적 행정서비스 제공, 공항ㆍ항만 배후 물류단지ㆍ산업단지ㆍ자유무역지대 지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물류 전문가인 최정철 인천지식재산센터 소장은 "우리는 세계 최고의 공항인 인천공항과 오랜 역사를 가진 산업단지를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따내는 한편 인천공항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국내 지방도시와의 항로를 100여개 수준으로 늘리는 것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살리는 길 중 하나"라고 제언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르뽀] 중국 간 송영길 시장 '복통'에 시달리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1090710092068196_1.jpg)
![[르뽀] 중국 간 송영길 시장 '복통'에 시달리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1090710092068196_5.jpg)
![[르뽀] 중국 간 송영길 시장 '복통'에 시달리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1090710092068196_3.jpg)
![[르뽀] 중국 간 송영길 시장 '복통'에 시달리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1090710092068196_2.jpg)
![[르뽀] 중국 간 송영길 시장 '복통'에 시달리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1090710092068196_4.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