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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이상 해외계좌 5천개·11조 넘어...국세청, 탈루혐의 38명 세무조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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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개인과 법인이 보유한 10억 이상 해외금융계좌가 세무당국에 신고된 것만 5천여 계좌가 넘고 계좌총액도 11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무당국은 탈세혐의가 있는 해외금융계좌 보유자 38명에 대해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법정 최고한도인 미신고 해외계좌금액의 5%를 과태료로 부과하는 한편 탈루혐의가 적발될 경우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31일 "기업자금, 국내재산 등을 반출해 해외예금, 주식 등에 투자하고서도 이로부터 발생한 이자소득 등을 신고누락하고 해외금융계좌 신고도 이행하지 않은 혐의자 38명에 대해 30일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세무조사 대상은 38명 가운데 24명은 국내법인을 운영하면서 변칙적인 국제거래를 통해 해외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국내 탈루소득을 해외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14명은 국내 소득이나 재산 등에 비춰 자금원천이 불투명한 자금을 해외에 예치해 놓고 해외이자소득 등을 신고 누락한 혐의다.

◆탈루소득 해외은닉 24명, 불투명자금 유치후 이자소득 14명 등 조사=국세청은 기업탈세자금의 해외은닉을 통한 해외발생 소득 무신고자에 대해서는 개별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병행 실시하고 해외 자금 원천이 불분명한 자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자금출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파생자료ㆍ국가간 정보교환 과정에서 파악한 해외금융계좌에 대해서도 탈세 혐의를 면밀히 검토해 추가 세무조사 실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역외탈세는 단순한 세금탈루 차원을 넘어 국부를 해외로 빼돌린다는 점에서 가장 악질적인 조세포탈행위로 해외금융계좌신고제가 제대로 정착되면 탈세 방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는 거주자와 내국법인이 보유한 해외금융계좌 잔액의 합계액이 1년 중 하루라도 10억원을 넘으면 그 계좌내역을 다음해 6월 관할세무서에 신고토록 한 제도로 소득세법상 거주자와 국내법인이 대상이다. 하지만 국세청이 해외금융계좌 신고접수를 받기 전 10억 이상 해외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한 2000명 가운데 실제 신고한 사람은 10.1%에 불과했다.

국세청은 이날 지난 6월 이루어진 해외금융계좌 첫 신고에서 총 신고건수는 525건, 총 신고계좌 수는 5231개, 총 신고금액은 약 11조 4819억원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개인의 경우 총 211명이 768개의 계좌를 신고하였으며, 신고금액은 9756억원이었다. 개인의 평균 신고계좌 수 3.6개, 평균 신고금액 약 46억원이었다. 계좌수에서는 미국이 408개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69개), 일본(63개), 홍콩(59개), 싱가포르(48개) 등의 순이었다. 금액에서도 미국(4973억원)이 가장 많았고 싱가포르(1509억원), 일본(795억원), 홍콩(653억원), 캐나다(402억원) 등의 순이었다.


◆ 10억이상 계좌 2000명에 신고요구..10%만 응해 5천계좌에 11조원 육박=국세청은 국외금융소득, 외국납부세액공제, 해외부동산 거래 등 일정금액 이상인 2000여명의 개인에 대해 개별안내문을 발송했다. 신고자수로 보면 10%정도가 이에 응한 것이다. 다만 신고하여야 할 개인 납세자의 모수 추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므로 신고결과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다는 게 국세청 입장이다.


국세청은 해외계좌 신고와 더불어 과거 미신고 해외원천소득을 신고한 납세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볼 때, 재산반출과정이 불투명했던 납세자를 계좌신고를 통해 양성화하는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국세청은 또한 이번에 해외계좌를 신고한 납세자 대부분은 재산반출과정이 투명하게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해외원천소득도 이미 신고해 왔던 것으로 추정했다.


법인의 경우 총 314개 법인이 4463개의 계좌를 신고하였으며, 신고금액은 10조 5063억원이었다. 법인의 평균 신고계좌 수 14.2개, 평균 신고금액 약 335억원이었다. 계좌수에서는 아랍에미리트(405개), 베트남(389개), 중국(364개),미국(295개), 일본(275개) 등의 순이었어며 금액별로는 말레이시아(1조7773억원), 아랍에미리트(1조4448억원), 싱가포르(1조2339억원), 미국(7917억원), 영국(6758억원) 등의 순이었다. 해외금융계좌 유형으로는 예금ㆍ적금(95.7%), 주식(2.4%), 기타(1.9%) 순이었다. 국세청은 법인의 경우 해외 상장기업 인수관련 주식 보유분, 건설회사의 현지 사업장 공사대금, 컨소시엄 계좌 등의 신고금액이 큰 것으로 파악했다.


◆교묘, 대범한 해외 재산 은닉, 탈세 여전=국세청이 이날 소가한 주요 해외재산 은닉 및 탈세 사례에 따르면 자영업자 A씨는 일본에 타인 명의로 의류 도소매 법인을 설립하고 이로부터 발생한 소득을 본인 및 배우자 명의의 일본 은행 계좌에 예치, 은닉했다. 하수인인 일본 법인 대표가 은행 통장 및 현금카드를 소지하고 A씨의 지시에 따라 자금을 관리했다. A씨는 국내에 본인 및 배우자 명의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으며, 해외금융계좌도 신고하지 않았으나 세무당국이 일본으로부터의 정보교환 자료에 따라 계좌보유와 소득은닉을 파악했다.


제조업체 사주인 B씨는 조세피난처인 영국령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여 놓고, 소득이 많이 발생하는 해외공장의 지분을 페이퍼컴퍼니로 이전하여 지배구조를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법인의 매출에 따른 소득(배당)을 탈세하고 해외에 은닉하였으며, 국내에 차명으로 재투자 또는 사적으로 유용했다. 특히 아들 소유의 계열사로 부품 고가매입 등 일감몰아주기 후 이 법인마저 해외 페이퍼컴퍼니 지배하에 둠으로써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시도했다.


고소득 전문직인 C씨는 국외이주신고 후 5일만에 재입국하여 한국에 거주하면서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다. 자영업 수입금액을 누락하여 축적한 재산을 해외이주비 명목으로 해외에 송금하고, 은닉한 해외 금융자산에서 발생된 이자소득을 신고 누락하였으며 해당 계좌도 미신고했다. 또한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 명의로 고가 부동산을 취득하고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는 등 지능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고의적으로 탈세했다.


제조업체 대표인 D씨는 중국에 현지 임가공 공장을 운영하면서 해외거래처로부터 받은 수출대금 일부를 수년간 빼돌려 홍콩의 비밀 계좌에 장기간 은닉했다. D씨는 은닉한 해외소득을 과세당국의 눈을 피해 국내로 반입하기 위하여 홍콩에 아들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홍콩법인으로부터 아들 개인이 사업 자금을 차입하는 형식으로 외환거래를 변칙적으로 위장했다. 국세청은 D 씨에 대한 추징세액은1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들 업체 및 개인에 대해 세무조사와 함께 강도높은 자금출처 조사를실시해 법정 최고한도인 미신고 해외계좌금액의 5%를 과태료로 부과하는 한편 탈루혐의가 적발될 경우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당근 채찍 병행 필요=국세청도 해외금융계좌신고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10억이상의 계좌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과세당국에 신고를 유도한다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세청에 문의한 건수에 비해 실제 신고는 적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이번 신고결과를 분석해 자진신고에 따른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성실신고 유인 및 미신고자 처벌 강화 등 제도적인 부분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자진신고자에 대해 가산세를 일부 완화해 세 부담을 덜어주고 일정액 이상, 예를 들어 50억 또는 100억 이상 미신고 계좌의 형사처벌 조항을 법에 담을 수 있는 방안을 재정부에 건의해 놓은 상태다. 현재로서는 해외금융계좌의 불법 여부를 입증하는데 납세자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조사과정에서 형사처벌 등을 레버리지로 납세자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은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계속 실시하고 탈루세금의 추징은 물론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에 따른 법정 최고한도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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