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대표 호칭에 담긴 미묘한 분위기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호칭은 직장에서의 상하관계를 나타내며, 외부인에게는 사내에서 자신의 업무 위치를 가늠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상징이다.
조직원을 가리키는 호칭이 이 사람이 부르는 게 다르고, 저 사람이 부르는 게 다르다면 장본인은 물론 해당 조직에 뭔가 불안정한 기운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그 대상자가 최고경영자(CEO)라면 배경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의 공식 직함은 '사장'이다. 당연히 그동안 이 호칭은 불변이었다. 하지만 한국조선협회 회장에 취임한 뒤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장이자 회장이 된 남 대표에게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도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호칭이 혼돈되면 내부 직원은 물론이거니와 외부인도 혼란을 겪기 때문에 정상적인 조직은 사전에 이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막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조선협회 회장인 만큼 직원들이 마음에 드는 호칭을 부르는 것 같다"고 가볍게 넘어갔다. 하지만 최근 회사의 상황을 놓고 볼 때 그냥 지나칠 수 많은 없다.
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다른 기업에게 파는 게 아니라 포스코와 같이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자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수많은 안중의 하나로 거론된 적은 있지만 국민주 매각이 대세론으로 공론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남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슷한 방법의 자체 생존을 밝힌 바 있는데, 그러다 보니 대우조선해양과 연관된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작업을 시작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국민주 방식의 매각이 관철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현 경영구조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외부 비전문가들이 간섭하려고 들 경우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 대표 '회장' 호칭건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경영구조가 대폭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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