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발효 뒤 공세 격화..현실성 낮은 소모전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현대기아차를 견제하는 유럽 자동차 업계의 공세가 한층 격화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급성장을 우려하는 속내로 풀이되지만 자칫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내 자동차 업체들이 지난 7월1일 발효된 한-EU FTA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선봉에는 독일자동차협회(VDA)가 섰다.
비스만 VDA 회장은 최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한-EU FTA는 중대한 전략적 오판"이라고 EU를 맹비난했다. 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이 가입한 VDA는 유럽내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단체로, 이 단체 수장의 발언은 회원사인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VDA의 반발은 현대기아차를 견제하려는 유럽차 업체들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특히 VDA는 관세환급제도를 문제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환급제도란 수출용 상품의 원자재를 수입할 때 부과했던 관세를 그 재료로 상품을 만들어 수출할 때 되돌려주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제3국에서 들여온 부품을 사용해 제조한 자동차를 EU로 수출할 때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다. VDA는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가 중국의 저가 부품을 사용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유럽차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VDA의 격한 반응은 한-EU FTA로 인해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판단한데 따른 속내로 해석된다. 올 상반기 독일차를 비롯한 유럽차는 국내에서 3만9124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2만7036대) 대비 44.7% 성장했다. 이같은 성장세는 7월1일 FTA 발효를 기점으로 판매 가격이 인하되면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반해 현대기아차의 유럽 내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이 2009년 4.1%, 2010년 4.5%에 이어 전체 규모가 1340만대로 예상되는 올해는 5%대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교수는 "한-EU FTA로 양쪽 모두 성장이 예상되지만 현대 기아차가 더 큰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차의 공세는 이같은 우려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VDA 주장에 대해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측은 "관세환급제도는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허가하고 자동차 수출국에서 허용되는 적법한 절차"라고 일축했다.
코트라 관계자도 "현대기아차의 유럽 판매량이 늘어날 경우 긴급수입제한조치 등을 통해 관세환급을 낮추겠다는 게 VDA의 꼼수"라면서 "이는 현실성이 낮은 소모적인 논쟁인 만큼 우리측에서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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