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줄 요약
시작은 귀여웠다. 이민기와 최승현(빅뱅 TOP)의 버벅거림은 풋풋해 보였다. 하지만 박진영의 공연을 제외하면 시상식은 숨가쁘게 시상과 수상만을 반복했다. 사회자는 한쪽 구석에서 대본을 읽으며 자기 역할에만 충실했다. 그나마 중국 여배우 탕웨이가 최우수 여자 연기상을 받은 것이 눈에 띄는 일이었다. 수상 결과보다 방송 시간 때문에 수상소감을 재촉하는 것이 더 긴장감 있었다. 대상은 이병헌과 현빈이었다.
오늘의 대사: “별로 키도 크지 않은 배우에게 이런 상을 다 주시고…. 농담입니다.” - 이병헌
TV 부문 대상 수상자인 현빈이 군복무 중이어서 영화 부문 대상 수상자인 이병헌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관록의 톱스타답게 여유가 넘쳤다. 심지어 자신의 신체적 단점을 유머로 사용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영화를 찍으러 곧 미국으로 건너간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한 뒤 “동양의 배우가 발차기만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아니 이번엔 못 보여줄 것 같다. 이번엔 발차기를 좀 해야 할 것 같고 언젠가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넸다. 또 최우수연기상을 2회 연속 수상한 하정우는 시상자로 나와 “또 상을 받게 되면 트로피를 들고 국토대장정을 하겠다”는 공약을 한 뒤,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역시 ‘오늘의 대사’다.
Best & Worst
Best : ‘Best’는 영화 <만추>의 탕웨이의 여자 최우수연기상. 해외 배우가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에게 상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영화라면 출연 배우의 국적이 어디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47회 백상예술대상은 그 점에서 충분히 칭찬할 만했다.
Worst : 한국영화에 뚜렷한 업적을 남겨 공로상을 받은 배우 신성일에게 ‘Worst’를 안기는 건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일간스포츠’와 ‘중앙일보’를 너무 많이 이야기한 점은 거슬렸다. 두 신문사는 이번 시상식을 주최하거나 주관한 곳이다. 물론 신성일의 영화 인생이 연재되는 신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로상 수상 소감으로는 어색하다. 반복해서 말할수록 시상식의 공정성이나 신뢰도가 낮아지는 느낌이다. 20세기 한국영화의 살아있는 전설로서 수상소감도 근사했으면 좋았을 텐데.
동료들과 수다키워드
- 지난해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꽤 재미있었는데 말이지.
- 하정우가 국토대장정에 나서면 따라갈까봐.
- 박진영이 신인상 받았으면 참 재미있었을 텐데.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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