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그가 돌아왔다. 한나라당의 위기 때마다 개혁을 외쳤던 소장파의 맏형격인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이 정국의 중심에 섰다. 남 위원장은 4.27 재보궐선거 참패와 비주류 원내대표 탄생 이후 당 쇄신을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 남 위원장은 1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변화하지 않으면 내년 대선과 총선에서 공멸할 수 있다며 보수적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7월 4일 차기 전당대회에서 소장파의 유력한 당권주자로 거론되지만 그의 관심은 '권력'이 아니라 '가치'였다. 이날 인터뷰에서 '가치'라는 표현을 무려 20여 차례나 사용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심이반이 심각하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던 당이 왜 이렇게 어려워졌나?
▲당과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다. 청와대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 역시 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고질적 계파갈등도 문제였다. 재보선 참패는 국민의 마지막 경고다. 이번 기회에 당이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어렵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공멸할 수도 있다.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가 가치지향이 아닌 동상이몽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기존 계파 시각에서 봐서 그렇다. 계파를 따지는 구식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없다. '한나라당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점에 공감한 분들이 모여 변화의 방향성에 대해 토론할 계획이다. 이런 것을 통해 계파구도를 깰 수 있다.
-'새로운 한나라'의 최종 지향점은?
▲매주 화요일 정기모임을 한다. 감세철회, 교육, 남북문제, 사회안전망 등에 대한 토론이 할 예정이다. 당내에서 보수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로운 보수적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의 주장은 기존 보수적 가치에다가 시대가 요구하는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보수 가치가 영원불변은 아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새로운 가치 만들어야 한다. 권력투쟁보다는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가치논쟁이 이어질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은 이명박 대통령과 주류가 추구한 경제, 환율, 세금, 남북정책 등 계속 추구할 것인지 새로운 방향의 정책을 내걸어야 하는지를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가 돼야 한다. 국민은 한나라당의 권력을 누가 잡느냐에 관심 없다. 새롭게 형성되는 주도세력이 어떤 정책을 펼지에 대한 관심이 있다.
-'새로운 한나라'에 원외 위원장도 참여하나?
▲원외위원장은 아니다. 전대를 앞두고 세몰이로 비칠 우려가 있다. 다만 원외위원장의 목소리를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 반영할 제도적 틀을 고민해야 한다. 원내와 원외가 함께 하는 연찬회 개최를 요구하겠다.
-차기 전대에서 당권에 도전하나?
▲지금은 당의 새로운 방향과 행동방식을 정립해야 할 때다. 누가 뭘 하느냐를 따지기 시작하면 될 것도 안된다. 한나라당이 새로운 방향과 가치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이 우선이다.
-소장파 반란이 2006년 7.11 전대와 마찬가지로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 권력을 한 번 먹자는 정치적 이벤트를 위한 이해관계로 뭉칠 것이냐 아니면 당을 위한 충정에서 사사로운 욕심을 내려놓을 것인지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새로운 가치와 행동양식으로 뭉치는 옳은 가치연대가 중요하다.
-친박, 소장파, 이상득(SD)계의 연대가 차기 전대에서도 유지될 지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모든 게 열려있다. 원내대표 경선은 이재오계를 배제하는 왕따 구도가 아니었다. 주류의 국정운영이 실패한 만큼 비주류가 선택받은 것이다. 전대에서는 친이계 주류 결집론과 새로운 세력의 전면등장이라는 큰 흐름이 있을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과 비슷한 흐름이 당 대표 경선에서도 나올 것이다. 친박과 소장파는 각자 마이너인데 연대할 경우 당을 운영할 수 있는 세가 생긴다. 연대 가능성이 높다. 공통의 가치가 필요하다.
-친박과 소장파의 연대가 당권, 대권 나눠먹기라는 비판도 있는데?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역할분담이 있을 수 있지만 권력이 중요하지 않다. 국민이 뭘 원하는지를 놓고 치열하게 가치 토론을 해야 한다.
-당 대표 선출방식을 놓고 진통이 예상되는데?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크다. 공천에서 줄세우기하듯이 대의원 줄세우기를 해왔다. 그것만큼은 확실히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 당권·대권분리와 대표·최고위원 분리선출 등 나머지 문제들은 비대위 토론을 거치면 될 것이다.
김성곤 기자 skzer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