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건조·수리 위해 조선소·항만에 설치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조선소를 방문하면 바다와 접한 인근에 깊이 파헤쳐진 콘크리트 시설에서 배가 조립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선박의 건조과정은 크게 ‘소조립-대조립-블록탑재-선체 건조’ 등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각 부위별로 제작된 여러개의 블록을 한 곳에 모아 탑재·조립해 선체를 만즈는 작업장을 바로 ‘도크(Dock)’라고 한다.
도크는 한자로 ‘선거(船渠)’라고도 하는데, 배를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완성된 배를 처음 물에 띄우는 거도 바로 이곳에서 이뤄진다. 배를 탄생시키는 자궁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백과사전에 보면 도크가 처음 역사문헌에 기록된 것은 이집트 제6왕조 때라고 한다. 이 기록에는 당시 피라미드를 지을 때 사용한 선박의 건조 및 수리를 위해 도크를 지었다고 한다.
형태에 따라 ‘드라이 도크’와 ‘플로팅 도크’로 나뉘는 데 일상적으로 도크는 드라이 도크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드라이 도크는 바다를 수문으로 차단하고 웅덩이처럼 깊게 판 형태로, 초대형 욕조나 수영장을 연상하면 되는데, 배가 완성되면 도크에 물을 채워 쉽게 바다로 빼내게 하기 위해서다.
배 한 척을 건조하는데 들어가는 블록은 선종에 따라 작게는 40개, 많게는 100여개가 들어간다. 블록 하나의 무게는 작아야 100여t에서 큰 것은 무려 1500t에 이르기도 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500t 이상에 달하는 메가블럭 공법을 도입한 후 최근에는 6000t 이상의 기가블록 공법을 이용해 배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도크에서는 이들 블록을 탑재하고 조립하여 40~45일만에 배 한 척을 뚝딱 만들어 내며, 이런 도크에서는 한꺼번에 4~5척의 선박을 동시에 건조해 낸다.
건조 완료단계에 있는 선박 뒤로 새로 건조되는 선박들이 꼬리를 물고 공정을 진행시키면서 순차적으로 밀어내는 형태로 하기 때문인데, 이를 ‘앞뒤로 나란히’ 진행한다는 뜻으로 ‘탠덤(Tandem)방식’이라 한다.
이렇게 선체가 완성되면 도크에 물을 채우고 수문을 열어 진수를 하며, 비로소 선박은 바다의 품으로 안기게 된다.
현대중공업의 세계 최대 100만t급 도크는 길이 640m, 폭 92m, 높이 13미터로 축구장의 6배 크기다.
이런 도크에 물을 집어넣고, 배를 빼내고, 다시 물을 빼내는데에는 꼬박 2~3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통상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한밤중까지 초를 다투며 일을 마무리한다. 월요일부터는 정상조업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수문에 설치된 밸브를 열면 수압으로 인해 도크 바닥에 설치된 배관을 통해 주수를 하고, 시간당 6만6000㎥입방미터를 뽑아낼 수 있는 1300마력의 초대형 펌프 3개를 가동해 도크의 물을 빼낸다.
100만t급 도크에서 채우는 물을 1만2000ℓ 용량의 유조차에 싣는다고 가정하면 83만3333대가 필요하다. 이 엄청난 물을 도크에서 빼내는 데는 11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진수과정이 힘든 만큼 이들만 누리는 ‘보너스‘가 있다. 진수 후 도크에서 물을 퍼내고 나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고기들이 그것이다.
숭어는 사시사철 단골 메뉴이며, 계절에 따라 우럭, 농어, 도다리 등 고급 어종들도 많다고 한다. 많을 때는 1t, 적어도 두어 다래끼는 넉넉히 잡힌다고 한다.
휴일과 철야를 밝히며 새 생명을 탄생시킨 도크 근로자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싱싱한 생선회와 소주 한 잔은 그만큼 낭만적인 선물일 수 밖에 없다.
<자료: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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