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4배 크기 컨선···부산항 1일 물량 처리 규모
글로벌 선사들과 협의···올 하반기 성과 예상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한번에 2만개의 컨테이너(TEU, 20피트 길이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극초대형 컨테이너 선박(ULCS)이 빠르면 오는 2014년 이후 바다위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STX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4는 글로벌 선사들과 2만TEU급 컨테이너선 건조를 위한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로 예정된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 AP몰러머스크의 1만8000TEU급 선박 20척(옵션 10척 포함) 계약 확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조선사가 인도하고 있는 1만TEU급 이상 선박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발주한 것이다. 반면 머스크의 이번 발주는 2010년대를 여는 첫 초대형 계약으로 총 40억달러, 단일 계약으로도 최대 금액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과 우선 협상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경제 회복ㆍ업계 재편 신호탄= 컨테이너선은 대량의 화물을 시속 25.1노트의 빠른 속도로 운반하는 국가간 교역의 핵심 운송수단이며 선박 대형화는 경기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즉, 컨테이너선은 통상 발주 후 인도까지 3년여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대형 선박 발주는 향후 중장기 미래 세계 경제가 호황을 이룰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머스크의 전략은 물동량이 큰 태평양 항로(미국-아시아-아프리카)에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집중 배치해 한꺼번에 대량의 화물을 운송하고, 이들 선박이 갈 수 없는 지역은 1만TEU 미만의 중소형 컨테이너선을 피더선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규모의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중소형 선사들은 머스크의 협력사로 전락하고, 각국 대형 항구도 머스크와 같은 대형 선사들을 유치할 수 있는 허브 항만으로 자리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조선사 경쟁력 유지 가능할 듯= 머스크가 1만8000TEU급 초대형 선박 운용 전략이 성공하면 곧바로 2만TEU급 컨테이너선 발주 시기는 매우 빨라질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당장 올 하반기에 구체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만TEU는 부산항의 하루 컨테이너 처리량에 해당되는 엄청난 양이다. 따라서 선박의 크기도 길이는 440m 이상, 폭 59m 이상, 홀수는 16.5m로 축구장 4배 이상에 달한다. 지난 11일 대우조선해양이 명명식을 가진 세계 최대 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하역 설비(FPSO)인 '파즈플로(길이 325m, 폭 61m) 보다도 크다.
이러한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가장 경제적으로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사는 국내 빅4만이 꼽힌다는 게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중국에 조선 시장 1위를 빼앗긴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당분간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은 이미 2만TEU 이상 크기의 선박 설계를 완료한 상태라 선사의 요구에 곧바로 응할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라면서 "최대 2만2000TEU급 선박이 2010년대 중반 이후 주력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라 국내 조선업계도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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