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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한국의 美와 건강을 위해..평생 아름다운 도전

재계 100년 미래경영 3.0 창업주DNA서 찾는다
<13> 아모레퍼시픽 서성환 회장 ①


모친 윤독정 여사 머릿기름 판매업서 출발
"우리 회사 모태는 나의 어머니" 家業 한길
佛코티사와 기술제휴 '코티분' 장안의 화제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아모레퍼시픽(옛 태평양) 창업주 장원(粧源) 서성환 회장(1924~2003)의 삶은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장원이 화장품 사업에 첫발을 들여놓던 해방과 6·25전쟁 무렵만 해도 국내 화장품산업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장원은 젊은 패기와 개성 특유의 상인 기질로 발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왔다.



그는 평생 화장품 사업을 이어가면서 회사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가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평생 고민했던 게 장원이다. 그래서 그는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연구실을 만들고 외국회사와 기술제휴를 선도하는 등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창조해 세계와 소통하겠다"던 장원의 다짐은 이제 막 그 열매를 맺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해 힘차게 뻗어나가는 아모레퍼시픽이 장원의 기업가 정신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모자(母子) 혹은 사제(師弟)=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창성상점이 처음 문을 연 건 1945년. 하지만 실질적인 역사는 193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장원의 모친인 윤독정(1891∼1959) 여사는 이미 30년대부터 개성 자남산 자락에 있는 기름시장에서 머릿기름을 직접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장원이 채 10살도 되기 전에 시작된 가업이었던 셈이다.


이후 차츰 제품을 늘려나가 동백기름, 화장품까지 다뤘다. 1939년 장원이 보통학교를 졸업할 때쯤, 가업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 있었다. 윤 씨는 본격적으로 장원에게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원료와 자재의 구매부터 시작해 화장품 제조법, 판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직접 가르쳤다. 장원은 생전에 "우리 회사의 모태는 나의 어머니다. 우리 회사는 여성이 키운 기업이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장원에게 어머니는 곧 사업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방법 모두에서 스승이었던 셈이다.


장원의 인생은 1944년, 21살의 나이로 강제 징용을 당하면서 한차례 굴곡을 겪게 된다. 중국 선양, 만주 등에서 생사를 넘나들던 그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귀향하지 않고 베이징에 머물렀다. 하루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 모친이 일군 가업을 키워나가고 싶었지만 중국의 문물과 풍습을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중국에 있을 당시 시장을 많이 다닌 그는 그들의 상술을 관찰하며 자신만의 사업을 구상했다. 다시 개성으로 돌아온 장원은 고심했다. 가업은 꽤 규모있게 성장했지만 차원이 다른 세계와 시장을 이미 경험한 그는 결국 1948년 가족과 함께 서울길에 오른다.



이후 한국전쟁으로 부산으로 피난해서도 장원은 사업을 그만두지 않았다. 오히려 이때 만든 포마드 크림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태평양은 그렇게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전국적인 화장품회사로 이름을 떨쳤다.


◆기술욕심, 장원을 자극하다=장원은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를 현재의 용산으로 옮겼다. 용산 이전은 당시 업계에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국내 화장품업계 원로이자 대부격인 김동엽 대표가 이끄는 동방화학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당시 떠오르던 샛별, 장원에게 자신의 사업장을 매각하고 은퇴했다. 용산으로 들어서면서 태평양은 명실공히 국내 대표 화장품회사로 떠올랐다.


외국 화장품업체와 기술제휴를 시도한 일도 태평양이 국내 최초였다. 1959년 프랑스 화장품업체 코티사와의 기술제휴에 나섰을 때 업계는 물론 정부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한동근 전 사장은 "상공부에서는 원료를 수입하는 게 무슨 기술제휴냐며 승인해주지 않으려했고, 업계에서는 밀수라고 주장하며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코티분은 대히트를 쳤다. 장원의 아들이자 현 아모레퍼시픽 대표인 서경배 사장은 회사의 역사를 네 시기로 구분한 적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코티분' 시대일 정도다. 이 제품이 나온 뒤 태평양은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국내 화장품업계 역시 본격적인 기술제휴의 시대를 열었다.


더 나은 기술을 위한 장원의 욕심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는 코티분 성공 후 유럽 화장품 업계를 시찰한다는 목적으로 프랑스를 방문했고, 이듬해에는 일본 최대 화장품업체인 시세이도사에도 수차례 다녀왔다. 당시 외국을 나가는 일 자체가 어려웠던 상황에서 장원의 이같은 행보는 국내 화장품업계를 선도하는 계기가 됐다.


"(프랑스 코티사의) 공장 내부를 돌아보며 나는 몇 발자국 못 가서 나도 모르게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그곳에서 나의 마음을 송두리째 끌어가는 크고 작은 기계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 때 나의 심경은 도저히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이에 못지않은 시설로 근대화된 공장이 이룩되겠지, 하는 마음만 먹었다."(서성환 회장이 '장업계'에 게재한 프랑스 여행기 中) 외국 선진기술에 대한 충격은 장원을 더욱 자극했다.


◆위기에 빛나는 '송상(松商)의 미덕'=송상은 개성상인을 일컫는 말이다. 장원 역시 어린 시절 개성에서 자라며 자연스레 송상의 기질을 몸에 새겼다. 그는 근면과 신뢰, 한우물 경영 등 개성상인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공장을 새로 짓는 바람에 자금난에 시달리던 장원은 직원들에게 임금을 주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그는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직원들을 빈손으로 보낼 수 없었다. 그는 직원들을 버스 안에 대기시켜 둔 채 평소 거래하던 무역회사에 화장품을 맡기고 돈을 빌려 월급을 줬다.


원료공급상들과 도매상들도 태평양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장원을 찾아와 힘을 보태곤 했다. 해방과 전쟁, 피난 중에서도 한결같이 양질의 품질을 생산하는 태평양을 믿어, 선수금을 내고 기다려주는 등 협력업체들도 자진해서 도움을 준 것이다.


당시 거래처나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들중에는 황해도 출신이나 개성상인들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송상의 미덕은 어려울 때 빛을 발했다. 훗날 장원은 이때가 회사시절 중 가장 어려웠다며 "평소 메이커와 거래처의 공존공영이 어려울 때 큰 힘이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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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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