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여행]茶山의 눈물, 애달픈 동백 그리움 넘친 유배길

강진 다산초당~백련사 동랙림 숲길, 유유자적 떠나는 다산유배길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솔뿌리, 동백향, 목민심서를 다시 꺼내 읽는다

붉은 비단이 깔린 숲길을 걷는다. 한없이 깊고 아늑한 길을 걷는다. 동백나무와 소나무, 대나무, 두충나무가 뒤엉켜 자라 터널을 이룬 숲길을 걷는다. 봄을 시샘하던 차가운 꽃샘바람도 범접 못할 사무치게 아름다운 길이다.


지상에 드러낸 소나무의 뿌리를 무심코 힘껏 밟고 지나가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옛날 한양을 떠나 머나먼 남도땅으로 유배길에 나선 실학자의 애달픈 눈물이 숲을 적신 그 길임을 새삼 떠올린다. 숲길 뒤로 대쪽같은 학자의 아픔을 위로하듯 붉디 붉은 동백은 처연히 떨어져 숲길을 따라 온다.

길의 끝자락 산사로 드는 길엔 싱그럽고 달콤한 동백꽃향기가 가득하다. 헝클어진 머릿속도 맑게 헹궈줄 것 같은 상쾌함에 온몸이 찌르르 울린다. 어쩌면 이 길은 현세가 아닌 피안에 이르는 길인지도 모른다.


남도 강진땅에 있는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숲길은 지리산 둘레길처럼 긴 길도 아니고, 올레길처럼 유명세를 치른 길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아름다운 숲'에 선정될 정도로 자연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길이다. 풋풋한 녹차 냄새와 코끝을 간질이는 동백향기, 발바닥에 폭신하게 느껴지는 촉감까지 모두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3월말의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뒤끝이다. 남도답사 1번지로 불리는 강진땅 다산(茶山) 유배길로 가는 발걸음은 휑하니 춥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랄까 시원스레 뚫린 고속도로는 멀게만 느껴졌던 남도의 마을들을 짧은 시간 안에 닿게 해 준다.

다산유배길은 강진 다산수련원에서 영암 구림마을까지 이어지는 61km 길이다. 구간이 길다 보니 총 4코스로 나뉜다. 1~3코스는 강진에 마지막 4코스는 영암을 지나게 된다. 하지만 이맘때 걷기에 가장 좋은 길이 1코스인 다산수련원에서 백련사숲길로 이어지는 길이다. 왕복 2시간 거리로 짧은 구간이지만 숲길이 평탄해 어린아이들도 쉬엄쉬엄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유배길의 시작은 다산초당 초입인 도암면 귤동마을이다. 돌담장과 커다란 나무들이 오랜된 시골 정취를 더한다.


다산수련원에서 나서 오솔길로 접어들면 '정약용 남도유배길'이라고 적힌 노란 리본이 곳곳에서 길안내에 나선다.


길을 나서 처음 만나는 것은 자작나무처럼 창백한 하얀 껍질을 지닌 두충나무 숲이다. 인위적으로 만든 산책로이지만 제법 운치가 그럴 듯 하다.


껍질을 벗겨 한약재로 쓰는 두충나무지만 최근 중국산에 밀려 그냥 방치한 게 숲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마치 버드나무 같이 죽죽 뻗은 나무들이 아름답게 늘어서 있다. 이 숲으로 다산 유배길은 처음부터 탐방객을 매료시킨다.


두충나무숲을 지나 한옥민박과 상가가 몰려있는 마을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다산초당으로 가는 유배길이 시작된다.


유유자적. 유배길을 걷는 방법이다. 동네 뒷산을 산책하듯 슬렁슬렁 마땅히 걸음이 그래야 할 시점이다.

돌계단을 오르고 무성한 대나무숲을 지나면 울퉁불퉁한 나무뿌리가 고스란히 드러나 원시적인 야성미를 느끼게 하는 길을 만난다. 대나무밭에서나 보던 땅 위로 솟은 뿌리들을 소나무 숲에서도 볼 수 있는 길이다. 나무의 힘줄이 툭툭 불거져 꿈틀꿈틀 살아 움직일 것 같은 기묘한 모습이다.


정호승 시인은 이 길을 '뿌리의 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하에 있는 뿌리가 더러는 슬픔 가운데 눈물을 달고 지상으로 힘껏 뿌리를 뻗는다는 것을ㆍㆍㆍ/나뭇잎이 떨어져 뿌리로 가서 다시 잎으로 되돌아오는 동안 다산이 초당에 홀로 앉아 모든 길의 뿌리가 된다는 것을ㆍㆍㆍ"


다산초당에는 다산의 정취가 묻은 3개의 길이 있다. 그 하나가 바로 '뿌리의 길'이다. 다른 하나는 초당의 동암을 지나 천일각 왼편으로 나 있는 '백련사 가는 길' 다른 하나가 다산의 제자 윤종진의 묘 앞에 나 있는 '오솔길'이다. 오솔길과 뿌리의 길은 바로 연결된다.


뿌리의 길을 지나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만덕산 기슭에 자리한 다산초당이 모습을 보였다.

다산은 그를 아끼던 정조가 세상을 떠난 후인 1801년 신유박해에 뒤이은 황사영백서사건에 연루되어 강진으로 유배된다. 사의재, 고성사 보은산방 등을 거쳐 1808년 봄 외가(해남윤씨)에서 마련해준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산 일생에 가장 빛나는 10년의 시간이 시작된 바로 그곳이다.


그는 초당의 동쪽에 동암을 지어 거처했다. 물을 끌어다 인공의 폭포를 만들었고 연못도 팠다. 연못 가운데는 해변에서 주어진 돌로 탑을 세웠다. 흑산도에 있는 형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었다. 잉어와 붕어를 길렀고, 화초를 심었다. 산 중턱에 밭을 일궈 채소도 길렀다.


바위 절벽에는 징표를 새겼다. 정석(丁石),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내면에 쌓았던 다산은 겉으로 화려하지 않았다. 바위에 새겨진 달랑 두 자가 다산의 깊이를 말해준다. 다산초당은 지금 다산을 만나는 가장 확실한 공간이다.


그는 이곳에서 당대의 명사들과 교유하고 주변의 인재들을 불러 모아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학문연구에도 물두해 그 유명한 '목민심서','경세유표' 등 600여권의 저서를 남기기도 했다. 오히려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수 많은 책들이다. 현실 정치판에서의 실패가 그의 삶 자체를 온전히 망쳐 버리지는 못한 것이다.


다산초당에서 샛길로 빠지면 동암과 천일각이 나온다. 동암은 다산이 손님을 맞거나 저술 작업을 하던 곳이다. 동암 옆의 천일각 자리는 다산이 형 정약전을 그리며 강진만을 바라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지만 다산이 살았을 때는 없었던 누각이란다.


천일각에 오르면 강진만과 장흥 천관산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좋다. 누각에서 바라본 도암면 일대는 봄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다. 들녘 곳곳에 푸릇푸릇 올라오는 보리와 나물을 캐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정겹다.


이제부터 백련사 가는 길이다. 천일각에서 백련사로 이어지는 숲길은 다산유배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다산유배길에서 만날 수 있는 3가지 길 중에서 다산의 체취를 가장 짙게 느낄 수 있다. 유배생활 동안 벗이자 스승이요, 제자였던 혜장선사와 다산을 이어주던 통로였다. 1㎞가 채 안 되는 거리에 야생 녹차밭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아름드리 동백숲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이 길을 따라 오가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동백과 야생녹차,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오가는 길 위의 아름다운 자연에 흠뻑 젖어 분명 선문답 같은 대화를 주고받았으리라.


야생녹차밭을 지나 대나무숲, 사스래나무 등이 등산로 옆을 지키고 있었다. 이 길은 녹차와 대나무 등으로 인해 사철 내내 푸를 것 같았다. 야생녹차는 이미 관목으로 자리 잡은 숲의 터줏대감이었다.

다산초당을 떠난지 25분여만에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된 백련사 동백림에 도착했다.


3㏊ 이상에 달하는 동백림의 수목들은 300~500년 이상 된 것들로, 일일이 번호를 붙여 관리하고 있다.


일설에는 꽃이 핀 채로 100일, 꽃이 떨어진 채 100일이라고 해서 동백이라 했다고도 전한다. 실제로 100일이 안 될지는 몰라도 핀 꽃이나 떨어진 꽃이 상당히 오래가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3월말 백련사의 동백들은 일부는 나무에 잔뜩 꽃을 피우고 있고 일부는 바닥에 또 꽃을 피우고 있었다. 꽃을 피우는 시기에 따라 춘백(春柏), 추백(秋柏), 동백(冬柏)으로 나누기도 한다.

1500여 그루에 이르는 동백나무는 갖가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미끈하게 잘생긴 동백부터 울퉁불퉁한 동백까지 동백나무의 모든 부분을 보여주고 있었다. 큰 줄기에 울퉁불퉁한 동백은 상처 난 부위를 스스로 아물게 하기 위해 내뿜은 수액이 오랜 세월 굳어져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기묘한 모양이 나름대로 멋을 내고 있었다. 주변에 비자나무, 후박나무, 푸조나무 등도 함께 자라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백련사 내려가는 길도 가로수가 동백이다. 낙화한 꽃들로 길은 완전 꽃길로 변했다. 마치 소월의 '진달래'와 마찬가지로 동백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는' 길이었다. 언제 이런 길을 다시 밟아볼 수 있겠나싶을 정도로 감동의 연속이다.


백련사를 나서는 길 마지막 동백나무 끝에 한 송이 붉은 등이 대롱 대롱 매달려 길손을 배웅하고 있다.


강진=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서해안 고속도로로 종점인 목포 IC를 나와 2번 국도로 나와 영산강 하구둑을 지나 40여분 달리면 강진읍에 닿는다. 읍내에서 강진만 해안도로를 따라 10분 가면 백련사와 다산초당길이 나온다. 호남고속도를 이용하면 광산IC를 나와 13번 국도를 타고 나주 지나 강진읍으로 간다.


▲볼거리=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조선시대 목조건물 극락보전이 있는 무위사와 경포대계곡을 빼놓을 수 없다. 부근에 녹차밭도 있어 운치를 더한다. 또 병영면의 전라병영성 유적(하멜 체류지), 시인 영랑 김윤식 생가, 고려시대 청자를 생산해냈던 대구면 고려청자 도요지, 월남사터 삼층석탑과 진각국사비 등이 있다. 특히 상록수림 울창한 까막섬 등 바다경치가 수려한 마량항 등도 꼭 둘러볼 만하다.


▲먹거리=
남도의 맛은 역시 한정식.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한 상 그득 차려진 밥상을 보면 맛보지 않고도 배가 부를 정도다. 청자골 종가집(061-433-1100), 명동식당(061-434-2147), 해태식당 061-434-2486), 흥진식당(061-434-3031) 등은 푸짐하고 맛깔스런 남도 한정식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한상 기본이 6만원(4인분)부터, 1인 2만~3만원 수준. 마량항엔 직접 담가 내는 젓갈과 매운탕으로 이름난 40여년 전통의 완도횟집(061-432-2066)도 있다. 시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김순자(59)씨가 35년째 맛깔스런 남도 맛을 낸다.


▲머물곳=다산수련원에는 조금만 한옥민박들이 있어 숲내음 맡으면서 우아한 밤을 지낼 수 있다. 또 프린스관광모텔 (061-433-7400), 테마모텔 (061-432-2626), 부성파크모텔 (061-434-2081) 등 마량항과 강진읍에 모텔급 숙박시설들이 많다. 강진군에 문의하면 농촌체험마을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3개월 연속 100% 수익 초과 달성!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2606:30
    AI 산업 살리려면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 나와야
    AI 산업 살리려면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 나와야

    편집자주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으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AI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AI 업계는 국가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시행 중인 주 52시간 근무

  • 25.12.2506:30
    "일주일 100시간 일하면 2억 드립니다"…'시간제한' 없이 개발 가능한 미·영·일
    "일주일 100시간 일하면 2억 드립니다"…'시간제한' 없이 개발 가능한 미·영·일

    편집자주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으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AI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AI 업계는 국가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시행 중인 주 52시간 근무

  • 25.12.2206:30
    "한국, 주 52시간 고집하다간 경쟁력 잃고 뒤처진다"…경고 날린 AI업계
    "한국, 주 52시간 고집하다간 경쟁력 잃고 뒤처진다"…경고 날린 AI업계

    편집자주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으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AI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AI 업계는 국가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시행 중인 주 52시간 근무

  • 25.12.2107:00
     "이 업종은 연장근로 못 씁니다"…전쟁터의 시간, 52시간에 갇히다
    "이 업종은 연장근로 못 씁니다"…전쟁터의 시간, 52시간에 갇히다

    편집자주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으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AI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AI 업계는 국가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시행중인 주52시간 근무제

  • 25.12.2006:30
    AI 기업 80% "칼퇴 하면서 AI 개발 못해"…실리콘밸리 가는 이유 있어
    AI 기업 80% "칼퇴 하면서 AI 개발 못해"…실리콘밸리 가는 이유 있어

    편집자주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으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AI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AI 업계는 국가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시행 중인 주52시간 근무제

  • 25.12.2411:00
    부산·서울 무연고사 전국 최다…고령자 많은 구도심 집중
    부산·서울 무연고사 전국 최다…고령자 많은 구도심 집중

    대한민국 국민 10만명당 무연고 사망자 수는 평균 10.1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의 4.15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부산과 서울 등에서 무연고 사망자 수가 많았다. 24일 아시아경제가 전수조사를 통해 집계한 무연고 지수에 따르면, 전국 평균 무연고 지수는 2021년(4.15)보다 크게 높아진 10.19로 나타났다. 무연고 지수는 10만명당 무연고 사망자 수를 계산한 수치다. 이렇게 산출된 무연고 지수가 10을

  • 25.12.2411:00
    "그래도 장례는 나라서"…고독이 당연한 곳 '부산'
    "그래도 장례는 나라서"…고독이 당연한 곳 '부산'

    지난달 27일 부산 중구 영주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정재남씨(86). 이웃 주민과 함께 담소를 나누던 정씨는 근처에 연고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여기 계단 내려가면 아흔 넘은 할머니 한 명이 있는데, 아플 때마다 죽겠다고 전화가 와서 거절하기도 뭐하고 가끔 들여다보고 있다"며 "그래도 평일엔 요양보호사란 사람이 와서 밥도 챙겨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할머니 아들은 어릴 때 죽었고, 일본

  • 25.12.2411:00
    홀로 남은 아버지는 장례지도사를 택했다
    홀로 남은 아버지는 장례지도사를 택했다

    "고시원 총무로 일하면서 홀로 외롭게 떠나가는 이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지난달 27일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만난 박상문씨(57)는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 사업에 참여한 사연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 사업은 무연고자 등이 생전에 자신의 장례를 맡길 사람이나 단체를 미리 지정하는 제도다.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행정적 혼란을 막고 고인이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박씨는 올해 6

  • 25.12.2311:00
    아무도 오지않는 5호실의 적막…'가족도 거부' 세상에 없던 듯 외롭게 갔다
    아무도 오지않는 5호실의 적막…'가족도 거부' 세상에 없던 듯 외롭게 갔다

    지난달 5일 오전 강원도 원주의료원 장례식장은 상주와 조문객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가장 작은 빈소인 5호실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이곳에는 고(故) 권모씨의 빈소가 영정사진도 없이 차려져 있었다. 조문객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빈소 옆 식당에도 불은 꺼져 있었다. 기자는 비어있던 제사용 향로에 첫 번째 향을 피운 뒤 권씨를 조문했다. 빈소 앞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를 30분, 지역 봉사단체 회원 3명이

  • 25.12.2311:00
    연고자 있어도 무용지물…34%가 시신 인수 거부·무응답
    연고자 있어도 무용지물…34%가 시신 인수 거부·무응답

    최근 약 5년간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 10명 중 3명은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아시아경제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 무연고 사망자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찰이나 지자체에서 연고자에게 연락했으나 무응답 또는 시신 인수 거부·기피로 무연고자가 된 사망자는 시신 위임자가 확인되는 2만1896명 중 7336명(33.5%)이었다.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 등 연고자가 아예

  • 25.12.1606:40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606:30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406:30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306:30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206:40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2612:13
    진중권 "이준석은 리틀 트럼프, 한동훈은 정치 감각 뛰어나"
    진중권 "이준석은 리틀 트럼프, 한동훈은 정치 감각 뛰어나"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진중권 동양대 교수(12월 23일)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진중권 동양대 교수 모시고 최근 정국 상황 관련해서 촌철살인 진 교수님의 비평 듣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중권 : 예, 안녕하십니까. 소종섭 : 최근

  • 25.12.2309:51
    박원석 "대통령이 지방선거 판 중심에 떠오르고 있다"
    박원석 "대통령이 지방선거 판 중심에 떠오르고 있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12월 19일) 소종섭 :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한학자 총재의 전 비서실장도 조사했고, 전재수 전 장관도 소환 조사했습니다. 전체적인 수사 흐름, 또 향후의 전개 상황 어떻게 봅니까? 박원석 : 일단 공소시효 논란도 좀 의식하는 것 같고 일각에서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