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창업주DNA]正道경영.인재존중 신념...'글로벌 LG' 든든한 뿌리

[아시아경제 김정민 기자]창업주 DNA서 찾는다 <3> LG그룹 연암 구인회 (2)
'검소.소탈' 생활습관 특유의 회사문화로
단 한번도 법정에 선 적 없는 깨끗한 기업
직원 호칭도 '박兄' 존칭 가족 같은 친근함


LG 창업주 연암 구인회 회장이 싹을 틔운 LG의 경영철학과 기업문화는 체계적인 학문적 연구를 통해 태어난 산물이 아니다. 그가 구인회 상점을 시작으로 사업을 일궈나가며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과 통찰력, 그리고 기업인으로서 자긍심이 한데 모여 축적된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인화 ▲신용 ▲근검절약 ▲정도경영 ▲기술혁신 ▲인재존중 ▲국제화로 압축되는 연암의 경영 철학은 2대인 구자경 명예회장과 3대 구본무 LG회장으로 계승되면서 변화ㆍ발전해 오늘 날 '글로벌 LG'를 일구는 토대가 되고 있다.


◆'정도경영' 씨앗 뿌린 연암=LG는 2005년 LSㆍGS와의 계열 분리로 자산규모가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재계 3,4위를 다투는 대그룹이다. 그러나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씨 일가에서는 소박함이 묻어난다.

2대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퇴진 후 버섯 농사에 몰두하며 시골에 몸을 묻었고 3대인 구본무 LG 회장의 오랜 취미는 망원경 하나면 그만인 조류 관찰이다. 이처럼 검소함과 소탈함으로 대표되는 LG 특유의 기업문화는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 회장 때부터 이어진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60년대 해외 여행이 쉽지 않던 시절, 기업체 사장이 해외 출장길에 나서면 회사 임원들이 줄이어 배웅하는 게 관행으로 굳혀져 있었으나 유독 구 회장은 '허례허식'이라는 이유로 이를 기피했다.


임원들이 "회사의 체통을 생각해서라도 배웅길에 나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하자, 구 회장은 '바쁜 일 없는 임원에 한해 합승 정류장까지 전송해 달라. 비행장까지는 나오는 것은 안된다'는 회람문을 돌린 일화는 유명하다.


이같은 LG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구본무 LG회장 또한 단촐히 비서만을 대동한 채 서류가방을 들고 출장길에 오르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LG는 근ㆍ현대사를 관통하는 오랜 역사 속에서 다른 대그룹 오너 일가들이 검찰청으로, 법원으로 불려다니고 심지어는 영어의 몸이 돼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에 비해 구씨-허씨 일가는 단 한번도 법정에 선 일이 없었다는 점을 자랑으로 여긴다.


이 같은 '정도경영'의 뿌리 또한 연암이 심은 씨앗에서 뻗어나왔다. 연암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기업의 내일을 좌우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평생 지켜나갔다.


럭키치약이 치약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던 시절, 임직원들 사이에서 값을 올려 마진을 높이자는 의견이 나왔다. 또 값싼 원료를 써서 이윤을 늘리자고 제안하는 간부도 있었다. 그러나 연암은 "소비자들이 우리 물건을 잘 사 준다고 값을 왕창 올려 받을 건가?"라고 반문하며 "몇 푼 안 남아도 좋으니 영원히 봉사하는 자세로 하다보면 럭키의 신용이 소비자의 머리속에 남게 되고 결국 그것이 우리가 버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국방부로부터 병기창 공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아무리 돈이 좋아도 사람을 죽이는 물건은 만들지 않겠다'며 뿌리치기도 했다.
 
◆글로벌 LG 일군 '인간존중'의 경영철학 =연암이 씨앗을 뿌리고 구자경 명예회장대에서 꽃을 피운 '인간존중'의 경영철학은 지금의 LG를 일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연암은 창업초기부터 형제와 친척 중심의 경영체제를 갖췄음에도 불구, 인재를 구할 때에는 철저히 지연과 학연에서 벗어나 기업을 키울 재목을 찾는데 노력했다.


1956년 럭키화학은 서울대 공과대와 법대에 우수 졸업생 추천을 의뢰, 필기와 면접을 거쳐 3명을 채용했고 다음해 봄에는 공개채용 신문광고를 통해 몰려든 응시자들 중에서 7명으로 선발했다.


연암은 합격자들을 서울과 부산에 분산 배치해 현업부서의 밑바닥부터 일을 익히도록 했다. 사전 전문 지식이 있건 없건 현업부서 일선에서 어려움에 부딪치며 배워야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이같은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연암에 이어 LG그룹을 이끈 구자경 명예회장은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현장을 지키며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고, 구본무 회장 또한 맨 밑바닥부터 하나씩 단계를 밟고 올라와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당시 공채사원으로 입사해 연암과 함께 회사를 일궜던 인재들은 연암이 직원들을 호칭할때에도 항상 '한형, 박형' 하며 존칭을 잊지 않았던 것을 인상 깊게 기억한다. 연암은 이들을 월급을 받고 일을 하는 종업원이 아닌 함께 회사를 일구고 키워나가는 '가족'이라 생각했으며 당시 전무로 일하던 구자경 명예회장에게는 항상 "장남으로서 위치를 잊지 말라"고 당부하곤 했다.


'세계속의 LG' 성장하는데 일조한 국제화의 기틀 또한 60년대 연암이 럭키그룹을 이끌 당시 기초를 닦았다.


연암은 1953년 우리 경제가 미국 원조에 의존하던 시절, 락희산업을 설립해 '우리의 수출입은 우리 손으로'라는 취지로 원자재 수입 업무를 시작해 국제무역업으로 체제 전환을 모색했다. 이어 1956년에는 상호를 반도상사로 바꿔 달고 무역업계를 선도하는 무역회사로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1965년에는 케냐의 나이로비에 첫 지사를 열었고 일본 동경에는 사무소를 설치했다. 1966년에는 뉴욕지사를 열었고 1968년에는 인도 뉴델리에도 지사를 설치했다. 또 1968년에는 서독에 두개의 지사를 추가로 개설하며 각종 기술 도입에 나서는 등 활발한 국제 교류를 통해 세계화의 초석을 다졌다.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종목 수익률 100% 따라하기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