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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햇살 쏟아지는 저 바다 넘어 봄바람 시작되네ㆍㆍㆍ

경남 남해해안일주도로 봄맞이 일주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하늘과 푸르디 푸른 바다, 올망졸망한 작은섬들 사이로 유유히 떠 있는 어선, 그리고 수평선과 나란히 마주하고 달리는 해안선은 말 그대로 그림같은 절경의 연속이다. 남해바다로의 여정은 이처럼 싱그럽고 환상적인 풍경이 함께 한다.


거기서도 남해여행의 백미는 해안도로일주다. 산을 통째로 바다에 빠뜨린 듯 곤두박질치는 가파른 산비탈과 갈매기의 비행처럼 유려한 해안선, 그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울려 빚어내는 풍광이 그만이다.

그냥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만으로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주는 것이 바로 남해바다다.


봄이 시작된다는 立春. 남해바다 건너 저 멀리서 불어오는 봄내음을 맞으러 서둘러 경남 남해로 향했다.

◇해안선 일주도로 따라 펼쳐지는 보물
서울에서 약 4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면 남해에 닿는다. 진주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를 건너거나, 삼천포에서 창선대교를 건너 남해 땅으로 들어서면 남해를 구비구비 돌아가는 1024번 도로를 만난다.

청정해역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 길은 지족을 거쳐 물건리를 지나고, 앵강만을 들렀다가 가천을 넘어서며 구불구불 이어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지족이다. 창선교 밑을 흐르는 지족해협을 지나는 길에 그 유명한 '죽방멸치'를 탄생시킨 V자형 나무 말뚝을 볼 수 있다. 바로 남해의 자랑인 원시 그물 죽방렴이다.


빠른 물살이 드나드는 물목에 참나무 말뚝을 박고 대나무발로 그물을 쳐둔 뒤 죽방에 들어 온 물고기가 물에 빠져 갇혔을 대 건져 올리는 원시 어업 기구다. 물이 흐르는 때를 보아 하루 두 차례 뜰채로 생선을 퍼내는 모습을 보면 자연산 회 생각에 절로 군침이 돈다.


죽방에 걸려온 멸치 등 물고기는 그물로 거둔 것과 달리 비늘 등이 손상되지 않고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죽방렴을 뒤로 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몇 해전 인기드라마였던 '환상의 커플' 촬영지인 삼동면 물건리에 닿는다.


물건리에는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된 물건방조어부림이 있다. 강한 바닷바람과 해일 등을 막아 농작물과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인공으로 만든 숲으로, 물고기가 살기에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 물고기 떼를 유인하는 어부림의 구실도 하고 있다.


1.5㎞의 방풍림으로 해안을 둘러싼 어부림 뒤편에는 극중 장철수(오지호)의 집이 있는 독일인 마을이 있다.

마을 하나하나가 동화속에 나올 법한 예쁜 풍경들로 이뤄진 이곳은 1960년대 외화 벌이를 떠났던 서독 광부, 간호사들이 국내로 돌아와 정착한 곳이다.


◇남해사람들의 강인함 삶 다랑이 논
물건리를 지나 금산을 끼고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남해에서 가장 유명한 가천 다랑이논 마을이 나온다.


까마득한 쪽빛 수면. 그 산중턱의 비탈에 깃든 마을의 옆모습은 그 위아래 양단이 이리도 극적이다. 멀리서 보면 불안하기까지 하다. 비바람에 쓸려 내리지는 않을지, 발 잘못 디뎌 미끄러지지는 않을지. 하물면 밭갈던 소도 한 눈 팔면 절벽으로 떨어진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다랑이'는 '다랑논'을 뜻한다. 산비탈을 깎고 축석을 쌓아 일군 계단식 논이다. 산허리를 잘라 평지로 고른 비탈마을 사람들, 그 숱한 돌들을 일일이 손으로 들어내어 담을 쌓고 바닥에 진흙을 발라 물빠짐을 막아야 비로소 논이 된다고 하니 그 정성과 노력을 어떤 말로 표현하겠는가.

힘들게 얻은 논바닥. 얼마나 작았던지 전해내려오는 삿갓배미 전설 한토막에도 애잔함이 잔뜩 묻어있다.


'옛날에 한 농부가 일을 하다가 논을 세어보니 한배미가 모자라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포기하고 집에 가려고 삿갓을 들었더니 그 밑에 논 한배미가 있었다'. 그 논배미를 찾아 온종일 비탈을 헤맨 농부의 모습이 논에 선하게 밟힌다.


그런데 그 마을이 요즘 삿갓배미 논 덕분에 인기몰이가 대단하다. 모내기, 추수철에는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한 겨울을 넘긴 이맘때는 가파른 다랭이 논 한 켠 양지녘에 달래, 냉이, 쑥 등이 봄나물들이 살짝 기지개를 켠다.


◇설흘산에서 바다를 굽어보면 봄내음이 한 발짝
남해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해발 786m의 망운산이다. 망운산 정상에 오르면 시야는 동서남북 거칠 것이 없다. 서북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에서 광양의 백운산까지 내륙의 산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가천 다랭이마을 뒤편에 솟은 설흘산은 해발 482m로 망운산보다 낮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통차다.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는 봉수대에 서서 바다쪽을 굽어보면 감탄사가 터진다.

망경창파 앵강만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쪽에서 바로 솟아난 날카로운 암릉이 마치 부채모양으로 서 있어 남동쪽의 바다가 일망무제로 다가온다.


또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가 아득하게 보이고 저 멀리 전남 향일암 주변 해안지역 뿐만 아니라 한려수도의 아기자기한 작은 섬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설흘산 정상에서 만나는 해돋이는 남해에서 으뜸으로 쳐주는 절경 중의 절경이다.


장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동해와는 다른 색다른 울림이 있는 남해의 일출은 온 천지를 붉게 물들이는 환상적인 색감에 넋이 나가 버릴 정도다.


일출이 끝나고 나면 쪽빛 바다 위에 햇볕이 잘게 부서져 잔 물결이 은빛 비늘과 같이 빛난다.


남해=글ㆍ사진 조용준기자


◇여행메모
▲가는길=경부고속도로를 이용, 회덕분기점 지나 판암IC에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진입해서 가다 진주IC에서 남해고속도로 이용, 하동 진교IC에서 남해방향으로 20분정도가면 남해대교. 사천에서 창선대교를 건너는 방법도 있다.


▲먹거리=남해대교 아래 노량 앞바다에는 횟집이 많다. 물살 세기로 유명한 이곳에서 잡은 생선은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일품. 유진횟집(055-862-4040)은 자연산회와 우럭찜이 맛있다. 20여년동안 한결같은 손맛을 이어오고 있는 주인장의 우럭찜맛은 특별하다. 또 지족해협에는 죽방렴에서 잡은 멸치를 이용해 요리를 내놓는 식당이 많다.


▲볼거리=남해금강이라 불리는 금산(681m)과 보리암을 빼놓을 수 없다.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기암괴석들로 뒤덮힌 38경이 절경. 이밖에도 상주해수욕장과 김만중선생 유배지인 노도, 이순신장군 유적지인 노량과 충렬사, 편백자연휴양림, 해오름예술촌 등도 찾아볼만하다.


▲잠잘곳=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최고급 객실과 개인 풀, 야외 자쿠지까지 갖춘 남해힐튼스파리조트가 있다. 노천탕과 찜질방을 갖춘 스파에서 받는 아로마 테라피와 바다낚시체험 등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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