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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입양 프랑스인 우니 르콩트 "데뷔작으로 칸 진출, 행복하죠"(인터뷰)


[칸(프랑스)=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우니 르콩트 감독은 아홉 살 때까지 한국인이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1년간 고아원 생활을 하던 그는 프랑스 부모에 의해 입양돼 프랑스인으로 30여년을 살았다. 우니 르콩트 감독은 자전적인 경험담에 픽션을 가미해 데뷔작 '여행자'를 완성해 칸국제영화제의 공식 초청을 받았다.

공식 비경쟁 부문에 상영되는 이 영화는 '이창동 제공'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특별 상영됐다. 데뷔작으로 칸영화제 공식 초청돼 신인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오른 그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영화 '여행자'는 1975년 서울 인근을 배경으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생활하다 외국인 부부에게 입양된 아홉 살 소녀의 내적·외적 경험을 그린 작품이다.

감독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제작됐지만 우니 르콩트 감독은 "1975년부터 1년간 서울의 가톨릭계 보육원에서 지내다 아홉 살 때 프랑스 부모에게 입양됐다"며 "보육원에서 어떻게 살았고, 그 이후에 어떻게 살았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영화를 보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에서 의상을 전공한 우니 르콩트 감독은 단역배우로 활동하는 한편 영화 의상을 담당하며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입문하게 됐다. 1991년 서명수 감독의 '서울 메트로폴리스'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을 찾은 입양아를 연기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으나 제작 중단으로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야 했다.

"그 영화 때문에 한국에 왔을 때 의도하지 않게 친어머니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됐어요. 제가 그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기사화돼서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죠. 친어머니는 그 이후 계속 4년에 한 번 꼴로 찾아봽고 있어요."

어린 시절에는 친부모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고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친어머니를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관계와 존재에 대해 적응을 해야 하고 이해를 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이후에는 관계가 단순해지고 평화로워졌다"며 친어머니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영화지만 '여행자'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입양아가 겪을 만한 사건에 중점을 두는 게 아니라 입양아 자신이 느끼는 감정적 여정을 따라간다. 시나리오 학교에 다니면서 과거의 아픈 경험을 소재로 첫 시나리오를 쓴 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의 경험을 현재의 시제로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이 배경이자만 현재의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대기적으로 구성했고 사실주의적인 방식으로 촬영했어요. 제가 보육원에 처음 도착해서 느낀 공포와 두려움 등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어요."

평소 이창동 감독을 좋아했다는 우니 르콩트 감독은 '밀양'의 프랑스 개봉 때 이 감독을 처음 만나 자신이 불어로 쓴 시나리오를 보여주었다. 시나리오를 읽은 이창동 감독은 불어 대사를 우리말로 옮기고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는 등 공동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고 직접 제작자로 나설 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감정이 풍부하고 즉흥적인 연기가 좋은 배우로 캐스팅했다"는 우니 르콩트는 어린이 배우 김새론이 자신의 어린 시절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주위로부터 말을 듣고 뒤늦게 깨닫게 됐다.

국가적 정체성에 대해 우니 르콩트 감독은 "국적은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고 간단히 답했다. 그는 "아홉 살때까진 한국사람이었고 지금은 프랑스인이지만 특별한 정의를 내리지는 않는다"며 "매일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며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여행자'가 한국영화인 동시에 프랑스영화인 것처럼, 우니 르콩트 감독 역시 한국인인 동시에 프랑스인이다. 우니 르콩트 감독과 영화 '여행자'가 흥미로운 이유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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