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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조루약' 혁명일까 상술일까

세계 최초 경구용 조루증약 '프릴리지' 연내 시판

세계 최초의 먹는 조루약이 조만간 국내 상륙한다.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거나 마취제를 바르는 원초적 방법에서 진일보한 개념이다. 비아그라 이 후 10년만에 성의학계 최대의 주목을 끌 만하다. 아울러 오남용이나 질병 만들기 같은 사회적 논란도 예상된다. 성을 다루는 제품의 특성상 '시끄러운 잡음'은 판매사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논의가 본격적으로 오염되기 전, 이 약의 실체를 탐사해보자.

◆한국 남자 27.5%가 조루?

12일 대한남성과학회는 인터넷 조사를 근거로 한국인의 조루증 유병률이 27.5%라고 발표했다. '나는 조루증'이라고 스스로 답한 비율인데, 조루증 진단에 대한 의학계의 정의가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조루증으로 봐야 한다는 게 남성과학회 입장이다.

일견 일리있는 말이지만 함정도 있다. 그래서 27.5%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과연 자신의 성적 능력에 불만을 가진 모두를 의학적 치료 대상으로 봐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모든 치료에서 약물요법은 최후 수단으로 삼아야 함을 감안할 때 이 수치는 다소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하지만 조루증이 있고 없고를 떠나, 본인이 치료를 받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꽤 높았다. 설문에 응한 남성 중 42.6%가 치료의사를 표했다. 심지어 사정시간이 10분 이상으로 상위 30% 안에 드는 사람들 조차 51.9%가 치료를 원했다.

약이 출시되면 '조루증이란 무엇이며 누가 환자인가'라는 의학적 판단을 떠나,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이 약을 먹고 싶어할 것임을 예고해주는 설문 결과다.


◆조루약, 연내 국내시판!

이런 '의학적 요구'가 아닌 '환자의 요구'에 한국은 아시아에서 첫번째로 이 약을 받아들이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존슨앤존슨 한국지사인 한국얀센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프릴리지(성분명 다폭세틴 dapoxetine)'의 허가 신청서를 최근 제출했다. 늦어도 올 해 안에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프릴리지는 기본적으로 우울증약이다. 대표적인 우울증약 계열인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에 속한다.

우울증약이 조루에 효과를 보이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두 질환 모두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과 관련이 있어서다. 세로토닌은 정서, 수면, 식욕 및 성적 흥분에 관여한다. 우울증약은 세로토닌의 양과 사용을 늘려주는 역할을 해 결국 조루에도 영향을 준다.

이런 이유에서 의사들이 조루환자들에게 우울증약을 처방하는 일은 꽤 흔하다. 다만 약물의 용량이나 복용횟수 등에 차이를 둘 뿐이다. 존슨앤존슨은 이에 착안해 일반 우울증약보다 몸에서 빨리 배설돼 조루증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약을 개발했다.

우울증약처럼 매일 먹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만 먹는다. 효과는 7시간 정도 지속된다고 한다.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미국 내 온라인 약국에서 비아그라와 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다.

◆기존 치료법보다 나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효과는 있다. 삽입 후 사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0.9분이던 사람들에게 이 약을 먹여보니 2.3분으로 늘었다.

이 결과를 마취제 요법 등 기존 치료법과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한남성과학회 김세웅 총무이사(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는 "경험으로 볼 때 마취제가 프릴리지보다 사정 지연효과는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행위란 것이 '시간'에 대한 집착만은 아니어서, 어떤 방법이 더 좋다는 식의 비교는 힘들다고 김 이사는 덧붙였다.

마취제는 사용할수록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 피부질환 우려 그리고 때로 파트너까지 마취시킬 수 있단 단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이사는 프릴리지의 한국 내 임상시험에 관여했다.

◆기다려보자는 미국, 기다려지는 한국

마취제가 가지는 장점도 있다. 마취제는 말 그대로 귀두 부분만 잠시 마취시켰다 풀어주는 매우 단순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이다.

반면 프릴리지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복잡한 약이다. 부작용 역시 다양하고 마취제보다 심각할 수 있다. 일반적인 우울증약은 심할 경우 자살충동까지 유발하는 '부작용 우려 단골' 의약품이다.

이런 이유를 포함해 프릴리지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상태다. 존슨앤존슨은 2005년 이 약의 시판허가를 미FDA에 신청했지만 거절됐다. 안전성 자료를 포함한 임상시험을 더 수행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러나 존슨앤존슨은 미FDA에 제출했던 동일한 자료를 유럽연합(EMEA)에 제출했고 최근 허가를 받아냈다.

유럽연합 허가에 고무된 존슨앤존슨은 미국 시장에 재차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FDA가 여전히 추가 연구를 원하는지 대화해 보겠다는 의미다. FDA가 추가연구를 고집한다면 프릴리지는 미국에서 시판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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