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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여성의 생존본능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4초

달러 당 1400~1500원을 넘나드는 환율에서 계속 자녀들을 유학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러기가족들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누가 먼저 과감한 결단을 내릴까요?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진이 생쥐의 뇌신경세포를 대상으로 영양 공급을 72시간 차단한 결과 수컷이 암컷에 비해 훨씬 생존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24시간 만에 수컷은 세포호흡이 70% 이상 줄어든 반면 암컷의 뉴런 기능은 50%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과연 생쥐만 그럴까요? 생존본능은 생쥐나 사람이나 수컷이 암컷에 비해 뒤진다는 건 여러 가지 연구결과를 봐도 거의 비슷하게 나옵니다.


변화를 수용하는 면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적극적인 예를 대형서점의 매출성향 분석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상상의 산물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느냐의 여부도 20~30대 여성에 달려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직장여성이 먼저 지갑을 열어야 시장이 반응합니다.

가수들의 히트 앨범 구매층도 연령대가 조금 낮아질 뿐 역시 소비를 주도하는 건 ‘오빠부대’이자 젊은 여성들입니다. 그녀들이 움직이는 행동반경이 곧 시장으로, 앞서 반응하고 먼저 싫증내는 여성의 본능이 바로 원초적인 생존본능이죠.


수년 전 남태평양에서 모래에 섞인 열매를 골라먹고 사는 원숭이들을 상대로 실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놈들은 태어나서부터 그냥 일일이 손으로 모래에서 골라먹는 게 일상이었기에 평소 불편하다는 생각조차 있을 리가 없었겠죠.


어느 날씨 좋은날. 한 문화인류학자가 주위에 살고 있는 원숭이들을 모조리 모아 놓고 직접 시범을 보였답니다. 열매와 모래가 뒤섞인 것을 한움큼 집어서 물속에 넣고 흔들어서 모래를 가라앉힌 후 남은 열매를 먹는 시범이었지요.


모든 원숭이가 다 보았기에... 새로운 골라먹기 방식이 얼마 만큼 빨리 원숭이집단에 퍼져나가는 가를 관찰해 보았습니다.


물을 이용한 그 생소한 삶의 방식을, 제일 먼저 받아들인 건 놀랍게도 '젊은 암컷 원숭이'였다고 합니다. 다음은, '그녀(?)의 친구 원숭이'들. 그 다음은 젊은 '수컷원숭이'. 그리고 '엄마원숭이'의 차례였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신기술을 거부하고 습관대로 예전처럼 일일이 골라먹었던 놈이 다름 아닌 '늙은 수컷 원숭이'였다고 합니다. 지금과 같은 변화무쌍한 격동기에 나이 많은 사람들이 고집스럽게 아집을 갖고 변화를 거부할 때 그 사회는 미래가 없고 희망도 없다는 걸 원숭이의 사례를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마 우리 인간집단에 적용해도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신간소설과 앨범 뿐 아니라 패션과 유행도 여성들에 의해 좌우되는 회전력이 빠른 시장입니다. 환경과 시류에 따라 즉시 반응하는 유연성 면에서 젊은 여성들이 한발 빠르다는 것입니다. 한때 수입화장품처럼 젊은 여성들이 앞장서서 매출을 올려주었던 부작용도 있겠지만 그 부작용을 가장 빨리 자각하고 돌아설 수 있는 순발력도 그녀들이 갖고 있었습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층에 있었던 프랑스제 <샤넬 화장품>이 짐을 쌌다고 합니다. 1992년 국내 화장품시장이 개방되면서 무려 16년간 외제에 밀려 푸대접을 받다가 품질과 브랜드 면에서 해외명품 브랜드를 울리며 매출 1위가 되기까지 7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우리 여성들의 애국심과 구매력 파워가 그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남태평양의 원숭이들과 우리 인간들이 변화를 수용하는 순서가 일맥상통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요? 젊은 암컷 원숭이와 젊은 우먼파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만 듣고, 그놈의 원숭이쯤이야 언제든지 조삼모사(朝三暮四)로 속일 수 있다고 우습게 여기다간 큰 코 다칩니다.


바야흐로 요동치는 환율과 어두운 세계증시 위에서 일엽편주 같은 한국경제의 신세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 위기를 감지한 듯 미리 ‘Buy Korea’를 실천하는 그녀들에게 오늘 박수를 보냅시다!






시사평론가 김대우(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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