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거대 거울로 태양열을 반사한다고?
기사입력 2018.09.12 06:30최종수정 2018.09.12 06:30 디지털뉴스부 김종화 기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태양열을 반사하거나, 온실가스를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진=미국해양대기청(NOAA)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이 됐지만 올 여름은 폭염 신기록이 쏟아진 비정상적인 날씨였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여름철(6~8월) 전국 평균기온(25.4도)과 폭염일수(31.4일), 열대야일수(17.7일) 모두 통계 작성 이래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111년만의 폭염을 철저히 체감한 여름이었습니다. 지난달 1일 강원도 홍천은 최고기온 41도로 전국 역대 1위, 서울은 39.6도로 1907년 관측 이래 최고를 기록했고, 1일에서 2일로 넘어가는 새벽 서울 최저기온은 30.3도를 기록해 사상 첫 '초열대야'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지구촌 곳곳이 폭염으로 화상을 입었지요.

과학자들은 올 여름 폭염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기후 변화의 결과이며, 앞으로도 지구의 평균 기온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과거에는 어쩌다 특별히 더운 해가 있었다면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폭염에 시달리는 것이 일상화됐는데 이는 지구가 그만큼 뜨거워졌기 때문입니다.

내년은 올해보다 덜 뜨겁기를 바라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뜨거워진 지구를 식힐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의 힘으로 지구의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있습니다. 그러나 어설픈 과학적 시도로 지구의 시스템을 아예 망친다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자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이상기후로 계속해서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인류가 시도하고 있는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만으로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감축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적은 돈으로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영화 <지오스톰>에서처럼 지구 생태계, 기후 순환 시스템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대규모로 조작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를 '지구공학', 또는 '지오엔지니어링'이라고 부릅니다.

지구공학으로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구로 오는 태양열을 줄여 온도를 낮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지요.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법은 대기 중에 반사층을 만들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열을 줄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지상 20㎞ 높이의 성층권에 빛을 잘 반사하는 탄산칼슘 미세입자를 살포해 반사층을 만드는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공중에 거대한 거울을 설치해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열을 반사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탄산칼슘 미세입자가 거울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지요.
화산재가 태양을 가리면서 일사량이 30%나 줄었던 사례가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5월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의 핼레마우마우 분화구에서 화산재가 분출되고 있는 모습.[사진=NOAA 홈페이지]

이 실험은 1991년 필리핀 화산폭발 당시 방출된 수천만 톤의 화산재가 성층권에서 층을 이루면서 일사량이 30%나 줄었던 사례를 활용한 것입니다. 황산염 입자를 포함하고 있는 화산재가 햇빛을 막아 2~3년 정도 냉각 효과가 지속됐고, 지구의 온도를 0.5~1도 가량 떨어트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이 실험을 통해 태양 빛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미세입자와 대기 중의 상호작용 등을 연구할 예정입니다.

지금 인류가 심혈을 기울이는 방법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온실가스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아예 없애 버리자는 것이지요.

대표적인 방법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획해 액체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액체 상태로 만든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깊은 바다와 땅속에 저장한다고 합니다. 바다에 철분 가루를 풀어 식물성 플랑크톤을 기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온실가스가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과학자들이 이런 방법들의 시행을 강요하지 않는 것은 이런 방법들이 지구온난화를 막는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공적으로 기후를 바꾸려다 오히려 지구의 온도 순환 시스템의 균형을 깨트린다면 지구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요?

온실가스는 아예 없어서도 안됩니다. 지구의 대기권과 지구 평균기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대기권과 온실가스가 완전히 사라지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영하 18도로 떨어져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는 우주로 방출되는 복사에너지의 일부를 흡수해 지구 평균기온을 15도로 유지시켜줍니다. 이 온실가스가 너무 많다보니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1.5도나 상승한 것입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류가 지구를 소홀히 한 경향이 있습니다. 지구를 바꾸려 하지말고, 지구가 스스로 자신의 체온을 낮출 수 있도록 돕는 과학으로 진보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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