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전파 가능성 없어" 무죄→ 2심 "공연성 인정" 벌금 100만원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아파트 환경미화원 등에게 관리소장을 험담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입주민에게 ‘모욕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모욕죄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충북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던 A씨는 2019년 4월 아파트 미화원과 컴퓨터 수리기사 등에게 관리소장인 B씨를 욕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문자메시지에서 "천하의 사기꾼, 사회악"이라고 하거나 "입만 열면 사기치는 주둥아리" 등 험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는 미화원과 컴퓨터 수리기사 등에게 B씨를 모욕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에 공연성 내지 전파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문자메시지 수령자인 미화원의 전파 가능성을 부정, 공연성에 대한 증명 부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1심에서 A씨가 미화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에 대해서만 모욕죄를 적용해 기소한 검찰은 항소심에서 컴퓨터 수리기사 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변경된 공소장에 컴퓨터 수리기사 등이 문자메시지 수령자로 추가됐는데, 이는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B씨와 미화원이 특별히 밀접한 관계도 아니고 컴퓨터 수리기사도 문자 내용을 타인에게 발설하지 않을 정도로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가 있다고 볼 정황이 없다"며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이 모욕죄에서의 전파 가능성, 공연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봤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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