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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양낙규의 Defence Club]육군이 버린 곽 상사… 어머니는 또 울었다
최종수정 2020.01.23 10:17기사입력 2020.01.23 10:17
[양낙규의 Defence Club]육군이 버린 곽 상사…  어머니는 또 울었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아들을 육군 부사관으로 입대시킨 정주미씨(66)는 설 연휴를 앞두고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작전 중 지뢰사고로 발목을 크게 다친 아들 곽모 상사에 대한 걱정이 날로 커진 탓이다.


사정은 이렇다. 곽 상사는 부산전자공고를 졸업하자마자 꿈을 이루기 위해 부사관의 길을 택했다. 2005년 7월에 부사관학교에 입교했고 그해 12월에는 명예스러운 하사 계급장도 달았다. 정 씨는 "하사관 계급을 달고 첫 휴가를 나온 아들에게 밥 한끼 해 먹일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자대배치를 받은 강원도 산골에 데려다주고 부산까지 내려오는 5시간동안 울고 또 울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정씨는 2014년 6월에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아들이 전방 볼모지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지뢰가 터지면서 발목을 크게 다쳤다는 것이다.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고통스러워 하는 아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아들을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곽 상사의 고통은 퇴원 후에도 이어졌다. 발목을 크게 다쳐 걸음조차 힘겨웠고 한꺼번에 통증이 밀려오는 복합통증증후군(CRPS)으로 인해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정씨는 아들에게 전역을 권유했지만 아들은 군인의 길을 고집했다. 2018년 2월에는 중사에서 상사로 진급했고, 지난해 3월에는 통증완화를 위한 수술을 마치고 차량정비관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곽 상사는 내달 치뤄질 준사관 진급시험을 준비했지만 또 다른 시련이 다가왔다. 육군이 제동을 건 것이다. 지뢰 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신체등급이 낮아져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안된다는 냉정한 답변이 돌아왔다.


곽 상사의 신체등급은 사고 전 1등급이었지만 부상 후유증으로 신체등급이 5등급으로 떨어진 것이 문제가 됐다. 육군의 현행 규정상 준사관 진급시험 자격은 4급 이상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육군은 군인사법 규정상 '작전 중 다른 군인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행위로 인해 신체장애인이 된 일반 사병'은 부사관으로 임용할 수 있지만 부사관에게는 그런 규정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작전 수행 중 입은 부상으로 진급시험 자격이 박탈된 곽 상사는 좌절감과 배신감에 고개를 떨구어야만 했다.


이를 지켜본 정 씨는 "설 연휴동안 고향에 오지 못하고 혼자 속앓이를 할 아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며 "국가를 위해 젊음과 다리 하나를 희생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육군의 배신감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국가가 나를 끝까지 지켜준다고 생각할 때 저절로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 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제도를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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