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차르' 톰 호건 이어 젤딘·스테파닉 지명
미국우선주의 집행할 충성파 인선 잇따라
"수일 내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발탁"
"국가안보보좌관에는 마이클 왈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인사 키워드는 '충성심'과 '미국 우선주의'로 요약된다. 첫 인선으로 대선 캠페인을 막후에서 이끌었던 '충성파 킹메이커' 수지 와일스를 백악관 비서실장에 지명한 데 이어, 자신의 주요 공약인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부비서실장에 발탁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환경정책을 뒤집을 환경보호청장(EPA)에는 리 젤딘 전 하원의원, 주유엔 미국 대사에는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을 택했다. 모두 '2020년 대선 사기'를 주장해 온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충성파다.
CNN방송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수일 내 밀러 전 선임보좌관을 정책담당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 몸담았던 밀러 전 선임보좌관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불법이민자 추방 공약을 입안한 인물이다. 캠페인 내내 트럼프 당선인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집회 연설자로 등장하는 등 측근으로서의 모습을 과시했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역시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소식을 공유하며 "대통령의 또 다른 환상적인 선택"이라고 확인했다. 이와 함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방산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을 내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환경정책을 뒤집을 EPA 수장과 주유엔 미국 대사를 지명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그는 환경보호청장에 지명한 리 젤딘 전 의원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진정한 투사"라고 소개하면서 "공정하고 신속한 규제 철폐를 통해 미국 기업들의 힘을 해방하는 동시에,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 물 등 최고의 환경 기준을 유지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유엔 미국대사로 발탁된 스테파닉 의원에 대해서는 "힘과 미국 우선주의 국가안보 정책을 통해 평화를 가져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주유엔 대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앞서 발탁된 '백악관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 '국경담당 차르' 톰 호건 등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을 적극적으로 도운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뉴욕주 출신인 젤딘 전 의원은 2021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을 반대하는 등 대선 사기 주장에 동의해온 친트럼프파다. 스테파닉 의원은 당초 2014년 최연소 의원으로 정계에 입성할 당시만 해도 온건파로 분류됐으나, 이후 친트럼프로 돌아선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선 도전을 선언하기도 전부터 공화당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고 지지를 표했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한때 트럼프 당선인의 러닝메이트 후보로도 거론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으로선 2기 행정부 키워드로 삼은 충성심과 미국 우선주의를 모두 만족시키는 인사인 셈이다. 앞서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끝까지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을 두고 그가 이례적으로 "2기 행정부에 초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화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이들이 미국 우선주의, 외교적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인과 달리 동맹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도 간극이 확인된다.
환경보호청장과 주유엔 미국대사는 상원 인준이 필요한 자리다.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해 인준이 필요하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미국 상원에서 지도부가 되고자 열망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은 누구든지 반드시 상원에서의 휴회 인준(Recess Appointment)에 동의해야 한다"며 내각 구성 과정에서 의회 견제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한 상태다. 휴회 인준은 의회 휴회 시 대통령이 의회 인준 절차 없이 공식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이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직에 도전한 주요 후보자 3인도 일제히 이에 동의를 표했다.
이밖에 현지 언론들은 제이 클라이튼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1기 행정부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이끌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상무부 장관을 비롯한 핵심 경제부처 장관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에너지 차르'로 거론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 빌 해거티 상원의원 역시 요직에 등용될 것으로 전망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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