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SM 시세조종' 의혹 사건 재판이 검찰의 늑장 수사로 지연되고 있다. 1심 재판만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구속됐던 주요 피고인들도 모두 풀려난 가운데, 여전히 검찰이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탓이다. 사건 심리에 차질을 빚자 담당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 심리로 지난 18일 진행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사건 관련자 추가 기소 여부를 놓고 이례적으로 재판부와 검찰 사이 공방이 오갔다.
발단은 변호인단 측에서 검찰이 여전히 수사를 진행 중인 탓에 증거동의 여부를 밝히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다. 검찰은 SM 시세조종 사건과 관련해 김태영 원아시아파트너스 사장 등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공범으로 입건된 관계자들에 대해 최근까지도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김 사장은 배 전 대표와 과거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는 오랜 지인으로,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시세조종을 공모하게 된 연결고리로 지목된 인물이다. 문제는 김 사장 등이 언제 추가로 기소될지 알 수 없어 이미 1년째 진행된 본안 사건의 재판마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양 부장판사는 검찰을 향해 "별건 수사할 것이 있으면 분리해서 기소해야 이 사건 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 것 아닌가"라며 "재판이 진행 중인데 기소 안 하고 계속 조사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아울러 "공범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기소 이후 제출된 진술 등은 증거능력이 부정된 사례들이 선고되고 있다"며 혐의 입증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지난해 2월 카카오와 하이브가 SM을 놓고 지분경쟁을 벌였을 당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해 배 전 대표 등을 기소한 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이후 지 회장은 올해 4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 8월 순차적으로 기소됐다. 그사이 담당 재판부가 변경된 데다 뒤늦게 기소된 피고인들 사건을 병합하는 등 절차적 이슈로 심리가 1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검찰은 아직도 주변 수사를 마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관련 증인들이 기소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법정 출석을 거부하는 등 재판 진행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의 '살라미 기소'에 대해 "수사 관행이라고 해서 한없이 허용될 수 없다"고 거듭 질타했다. 검찰 측은 "가능한 인력과 시간을 다 쏟아부어 (수사)하고 있다"면서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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