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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모독 논란 부른 '출산하는 성모상', 전시 하루 만에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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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한 표현으로 '신성모독' 논란
새벽에 괴한 침입해 훼손…결국 작품 철거

고통에 겨운 성모 마리아가 출산하는 모습을 담아 '신성모독' 논란을 낳은 조소 작품이 오스트리아 성당에 전시된 지 하루 만에 괴한에 의해 훼손됐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지난 1일 오스트리아 린츠의 성모마리아 성당이 현대 예술가 에스터 슈트라우스가 만든 조소 작품 '즉위'를 철거했다고 보도했다. 이 작품은 철거 전날 성당 내부에 전시됐는데, 이튿날 새벽 괴한들이 성당에 침입해 성모상을 크게 훼손했다. 괴한들은 성모상의 머리 부위를 잘라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모독 논란 부른 '출산하는 성모상', 전시 하루 만에 '훼손' 성모마리아의 출산 장면을 표현한 작품 '즉위'의 훼손 전 모습[이미지출처=오스트리아 린츠 성모마리아 성당 홈페이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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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작품은 성모 마리아가 바위에 앉아 예수를 출산하는 장면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전통적 종교예술과 크게 달라 논쟁거리가 됐다. 일반적으로 예술 작품 속 성모 마리아는 아름답고 고귀하며 성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반면 이 조소 작품이 표현한 성모 마리아는 붉은색 치마를 뒤로 걷은 채 적나라하게 다리를 벌리고 앉은 자세로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다. 표정 또한 여느 여인네처럼 극심한 산고로 일그러져 있다. 또 이 작품은 성모 마리아의 신체를 이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임신부와 같이 불룩 튀어나온 배와 굵은 다리 등으로 표현했다. 이런 이유로 전시 전부터 가톨릭계 일각에서는 이 작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전시 공간이 성당이라는 점에서 더 큰 비판을 받았다. 해당 작품은 상설 전시가 아니라 여성과 가족의 역할·성평등을 주제로 한 기획 전시 기간에만 설치될 예정이었다. 이 작품이 신성모독이라고 주장하며 철거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도 개설됐다. 해당 청원에는 1만2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신성모독 논란 부른 '출산하는 성모상', 전시 하루 만에 '훼손' 작품 '즉위'의 성모 마리아의 얼굴 모습[이미지출처= 오스트리아 린츠 성모마리아 성당 홈페이지, 연합뉴스]

작품 훼손 사건 이후 담당 교구인 린츠 교구는 성명을 냈다. 린츠 교구는 성명에서 "이 작품을 전시하면 논란이 될 것을 알고 있었다"며 "해당 작품이 일부 신자들의 신심에 상처를 냈다면 유감이지만, 예술의 자유를 공격하고 작품을 훼손하는 행위는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을 구상한 여성작가 슈트라우스는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는 대부분 남성에 의해 만들어져 가부장 제도의 굴레에 갇혀 있다"면서 "내 작품에서 성모 마리아는 자기 몸을 되찾았다"고 주장했다. 슈트라우스의 구상에 따라 이 작품을 조각한 테레사 림버거는 "논란이 따를 것이라고는 예상했으나 작품을 파괴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인구 약 21만명인 린츠는 오스트리아 북부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오버외스터라이히주의 주도로, 오스트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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