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자수첩]김호중 공연강행, 책임과 금전손실 만회 사이의 줄타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0분 58초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글자크기
[기자수첩]김호중 공연강행, 책임과 금전손실 만회 사이의 줄타기
AD

연예인은 인기로 돈을 버는 직업이다. 팬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이 출연하는 영화나 음원, 광고하는 제품에 지갑을 연다. 그 영향력을 고려할 때 연예인이 져야 할 사회적 책무가 가볍지 않다. 최근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로 구속 갈림길에 선 김호중은 연예계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김호중은 지난 9일 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중앙선 너머 마주 오던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 운전 치상)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22일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도 김호중 소속사는 23, 24일 진행되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논란이 불거지자 KBS가 빠지고 교향악단 단원들도 손절에 나섰지만, 무대에 오르겠다며 버텼다.


소속사는 “김호중은 오는 23∼24일 공연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며 “경찰 조사에 따른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을 것”이라고 했다. 통상 ‘자숙’이란 범죄에 연루되면 사과하고 즉시 모든 활동을 중단하는 것을 뜻하지만, 김호중은 공연 후에 자숙하겠다고 했다. 공연 수익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고 보던 법원은 김호중의 공연이 예정된 24일 정오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피의자를 구인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만큼 심사 당일인 24일 오후 8시 시작되는 공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김호중이 팬들에게 “약속은 지킨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무엇보다 수십억 위약금을 물기 싫어서 강행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앞서 김호중은 음주 뺑소니 직후인 지난 11·12일 고양 공연과 18·19일 창원 공연도 예정대로 진행했다. 덕분에 위약금을 물지 않고 40억원 매출 규모의 4회차 공연을 마무리했다. 당장은 금전적 손실을 피한다 해도, 잃어버린 대중의 신뢰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인기를 얻는 데는 수년, 수십 년이 걸리지만,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