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재정 점검 보고서'
美 GDP 대비 정부 부채, 올해 122.1%→5년 뒤 133.9%
금리 상승에 각국 정부 차입 비용 급등
미국과 중국 정부의 나랏빚 급증으로 글로벌 금리가 상승해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다. 특히 미국의 만성적인 재정 적자와 이로 인한 국채 공급 폭탄이 다른 국가의 차입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는 88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해로 각국 정부가 인기 위주의 '돈 풀기' 정책을 쏟아내며 재정 적자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7일(현지시간) IMF는 '재정 점검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 정부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가 2023년 122.1%에서 오는 2029년 133.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GDP 대비 정부 부채는 같은 기간 83.6%에서 110.1%로 올라갈 것으로 추정됐다.
미·중 양국이 주도하는 부채 급증으로 전 세계 정부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23년 93.2%에서 2029년 98.8%로 뛸 것으로 추산됐다. 영국, 이탈리아도 부채 급증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와 같은 정책 기조가 지속되면 약 30년 뒤인 2053년에는 미국의 정부 부채가 GDP의 70%가량 증가하고 중국은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IMF는 "중국, 이탈리아, 영국, 미국과 같은 거대 경제가 부채 증가를 주도할 것"이라며 "이들 국가는 수입과 지출의 근본적인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정책적 조처를 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여러 국가가 경제 규모 대비 정부 부채를 줄였지만, 미국과 중국에선 부채 비율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IMF는 2023년 미국에 대규모 재정 절벽이 발생했으며 GDP 대비 정부 지출이 8.8%를 넘어 2022년(4.1%)의 두 배에 달했다고 썼다. 또 미국의 중기 재정 적자는 GDP의 6%를 초과할 것으로 봤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재정 확장 기조가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늦추고, 금리를 밀어 올려 다른 정부의 차입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성적 재정 적자를 겪는 미 정부가 나랏빚을 내기 위해 국채 공급을 늘리면서 금리가 오르자 다른 국가들의 차입 비용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IMF 추산에 따르면 미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개도국 국채 금리는 1%포인트, 선진국 국채 금리는 0.9%포인트 상승한다. 금리 상승뿐 아니라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달러 표시 국채를 발행한 국가들의 차입 부담 역시 함께 가중된다. 미 정부는 다음 달에만 386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 시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IMF는 "미국의 완화적인 재정 정책은 부채 부담을 악화시키는 한편, 인플레이션 둔화를 위한 마지막 구간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며 "게다가 글로벌 금리에 대한 파급 효과는 금융 여건을 악화시켜 다른 국가의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가 선거의 해라는 점도 각국 정부의 나랏빚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IMF는 분석했다. 88개국에서 선거가 이뤄지면서 글로벌 국가의 GDP 대비 재정적자가 예년에 비해 0.3%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IMF는 "재정 정책은 선거 기간에 더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 지출 증가에 대한 지지가 지난 수십 년간 확산해 올해를 특히 어려운 해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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