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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몰이'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불나면 대피할 승강기가 없다[내집에 이런일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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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상황 발생 시 입주민 대피용 승강기 부재
수분양자들 "정부·사업자, 사각지대 단지 방치"

지난해 서울 청약 접수 건수가 가장 많이 몰린 '롯데캐슬 이스트폴'에 피난용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아 수분양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48층에 달하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 피난용 승강기가 빠지면서 화재 시 계단으로 피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 롯데건설은 관련법이 생기기 전에 사업계획이 승인 나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나, 예비입주민들은 시공사나 정부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안일한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기몰이'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불나면 대피할 승강기가 없다[내집에 이런일이] '롯데캐슬 이스트폴' 조감도 / 이미지제공=롯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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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캐슬 이스트폴 입주예정자협의회(입예협) 관계자는 28일 "‘롯데건설(시공사)로부터 피난용 승강기 설치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는 입주민들의 안전보다 사업 주체(KT, 롯데건설)의 수익성을 우선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광진구 자양동 680-63 일원 KT강북지역본부가 있었던 자리에 지하 7층~지상 최고 48층, 6개 동, 총 1063가구 규모로 들어서는 아파트다. 한강변에 지하철 2호선 구의역과 가까운 위치여서, 지난해 후분양을 진행한 결과 1순위 청약에서 42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만1344건이 접수돼 98.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 약 1개월 만에 완판됐다.


인기몰이를 한 이 단지는 명확하게는 준초고층(30층 이상 49층 이하) 건축물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준초고층 건축물은 건축법에 따라 피난용 승강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과거 초고층 오피스텔 등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입주민 대피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예를 들어 여의도 MBC 부지에 49층 높이로 들어선 '브라이튼 여의도'의 경우 피난용 승강기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피난용 승강기는 긴급 상황 시 입주민의 대피를 위한 승강기를 말한다. 평소에 타는 승용 승강기, 화재 시 소방관들이 쓰는 비상용 승강기와 기능·역할이 구분된다. 높이가 31m가 넘는 모든 건축물은 비상용 승강기를 설치해야 하고, 이는 공동주택도 마찬가지다. 다만 대수는 면적에 따라 다르며, 10층이 넘는 공동주택에서는 규정에 따라 모든 승강기를 비상용 승강기로 설치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롯데캐슬 이스트폴에는 승용 승강기와 치환이 가능한 피난용 승강기를 따로 뒀어야 한다. 그러나 피난용 승강기를 준초고층 건축물 중 공동주택에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건축법 개정안이 2018년 10월부터 시행됐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롯데캐슬 이스트폴과 같이 고층 단지지만, 개정안 시행 이전에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한 곳들의 경우 법안을 소급하지 않아 피난용 승강기를 따로 두지 않게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개정안 적용 전 사업자의 신뢰 유지 등의 차원에서 소급 적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비입주민들은 화재 시 대피할 승강기가 없다는 점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개정안 공포 후 시행 전 6개월 사이에 신청했다는 이유로 지자체가 사업을 그대로 승인해줬다는 게 놀랍다"며 "사각지대에 놓인 단지를 방치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2020년부터 틈틈이 사업시행 변경 인가가 이뤄졌고, 이때는 개정된 건축법이 적용되고 있으므로 현행법에 맞춰 피난용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시행·시공사 모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자신들 이익만 따진 처사"라며 "조합이 있는 정비사업이 아니어서, 모든 개발 이익은 사업 주차에 돌아가는 형태"라고 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피난용 승강기 추가 설치에 따른 부담이 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잿값이 더 드는 것은 물론이고, 제한된 사업지에 공간을 내야 하는 만큼 분양 면적을 줄이는 등 조정을 해야 한다. 수익성 측면에서 좋을 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캐슬 이스트폴 입예협은 이날 오후 광진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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