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약 20% 역성장했다. 경쟁 4대 금융지주회사(KB·신한·하나·우리)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인 것이다. 업계에선 이렇다 할 증권사·보험사를 보유하지 못한 빈약한 비(非)은행 포트폴리오를 주된 원인으로 꼽는 가운데, 최근 들어 우리금융은 소형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면서 비은행 분야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의 지난해 지배주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9.89%(6250억원) 줄어든 2조5167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쟁사인 KB금융지주(11.5% 증가), 신한금융지주(6.4% 감소), 하나금융지주(3.3% 감소) 등과 대비해선 감소 폭이 대비 큰 편이다.
우리금융의 실적 하락 배경엔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등 일회성 비용,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설정한 약 1조8000억원의 대규모 충당금 등이 있다. 그러나 민생금융지원과 충당금 설정은 다른 금융지주에서도 동일하게 진행된 만큼 이것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하나금융 역시 지난해 민생금융지원으로 3557억원을 썼고, 약 1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업계에선 우리금융의 빈약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도 원인으로 꼽는다. 우리금융 자회사별 실적을 보면 우리은행은 순이익이 2조5159억원에 달해 전체 순이익(2조5167억원)의 99% 수준에 이르렀지만, 다른 자회사는 순이익 기여도가 크지 않았다. 우리금융캐피탈(1278억원), 우리카드(1110억원) 정도만 선방했을 뿐 우리종합금융(-534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491억원) 등 다른 자회사는 역성장 하거나 미미한 순익을 냈다.
반면 KB금융의 자회사별 실적을 보면 KB국민은행(3조2615억원) 외에도 KB증권(3896억원), KB손해보험(7529억원), KB국민카드(3511억원), KB라이프생명(2562억원), KB캐피탈(1865억원) 등 비은행 자회사들이 고른 실적을 나타냈다. KB금융의 비은행 비중은 지난해 고금리 상황으로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34%로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역시 지난해부터 증권사 인수를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선 상태다. 그러나 이렇다 할 대형 매물이 등장하지 않아 현재까지는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대신 우리금융은 증권사와 대동소이한 우리종합금융에 5000억원을 증자하는 등 체력을 키웠다.
최근엔 소형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현재 M&A 시장에 이렇다 할 증권사 매물이 없는 만큼, 우리금융이 규모가 작더라도 이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권사를 본격 육성하지 않겠느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우리금융도 이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우리금융은 지난 6일 진행된 IR에서 관련 질문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는 증권사를 포함해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잠재 매물은 검토 대상"이라며 "현재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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