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사퇴 요구 ‘거부’…당-대통령실 정면충돌
김건희 여사 리스크·사천 공천 논란
한 “임기 총선 이후까지 유지할 것”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포함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 대응과 4·10 총선 공천 문제를 두고 여권이 대혼란에 빠졌다. 대통령실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지만 한 비대위원장이 22일 이를 거절하면서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우두머리 싸움'에 결국 한 위원장이 버티기 힘들 것이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실과 한 비대위원장 간 불협화음을 '동물의 왕국'으로 비유했다. 임 전 실장은 "동물의 왕국 한 장면, 우두머리 싸움을 하는 것 같다"며 "(한 위원장이)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두머리의 밥그릇에 살짝 손을 얹었다가 그냥 한 대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한 위원장이 견디기 어렵게 됐다"며 "한 위원장이 견뎌내려면 '김경율 같은 사람 자르고 다시는 디올백이니 이런 (김건희) 여사님 관련 얘기는 안 하겠습니다' 하고 무릎을 꿇어야 하는데 그건 어차피 (정치적으로) 죽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이날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한 비대위원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경우에도 김건희 특검은 하지 않는다' '용핵관 공천을 다 받아들여라' 이 두 명령을 받고 비대위원장이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실제로 한 위원장이 와서 정치를 해보니까 정치는 명령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원장은 "대통령은 명령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래서 (한 위원장이) 결국 내가 할 일을 하겠다고 저항을 하지만 종국적으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전날 최근 불거진 김경율 비대위원 서울 마포을 전략 공천과 관련해서 한 위원장에게 유감을 표하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론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한 위원장이 “국민의 높이에서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와 당무 개입 여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데 대해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당정 간 신뢰가 깨진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여러 시각이 있겠지만 당은 당의 일을 하는 것이고, 정(政·정부)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 갈등 요인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선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버틴 이후 상황에 대해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헌·당규를 보면 정식 대표체제, 최고위원의 체제가 해체되는 과정에서 비대위원에 관련해서는 규정이 없고 임기만 있다"고 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권한대행, 당 대표 직무대행 세 사람 중 하나가 임명을 해야 한다. 만약에 궐위가 될 경우에 후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사람이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던 5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민생토론회 개최 30여분 전 이날 윤 대통령의 공개 일정이 없다고 공지했다. 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불참 결정 배경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한 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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