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송금 서비스 사고, 피해구제 어려워
사용자 스스로 보안에 각별히 주의해야
지문이나 얼굴 등 생체정보를 이용한 인증을 통해 모바일 등으로 손쉽게 송금할 수 있는 간편결제 송금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들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간편결제 송금 서비스에 대한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2023년 상반기 중 전자 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중 간편결제 송금 서비스 이용 건수(일평균)는 약 610만 건, 이용금액은 약 746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4.2%, 23.9%가 늘어났다.
간편결제 송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이와 관련한 사고도 늘어났다. 생체정보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진행되다 보니,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했을 경우 이를 바로 잡을 새도 없이 송금해버리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이 시중은행들로부터 제공받은 '금융회사별 착오 송금 발생 현황'에 따르면, 토스뱅크에서는 2021년 하반기 478건의 착오 송금이, 2022년 1월부터 3월까지 1021건의 '착오 송금'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런 일을 겪어도 피해를 구제받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의 책임이 아닌 '개인'의 책임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생체인증 기능의 위험성을 미리 고지했고, 비밀번호나 패턴 등 생체인증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인증 수단을 선택지로 제공했다면 그중 생체인증 기능을 선택했다가 발생한 사건·사고의 책임은 결국 '개인' 스스로 져야 한다는 논리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간편 결제 관련 범죄
'착오 송금' 사고뿐 아니라 간편결제 송금 서비스 관련 보이스피싱 범죄도 빠르게 늘며, 관련 피해액이 늘고 있다.
간편결제 송금 관련 피해 규모는 2018년 34명, 7800만원에서 4년여 만인 지난해 6월 기준 2095명에 42억원에 달하는 등 큰 폭으로 증가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실제로 2019년 한 초등학생이 잠든 아버지 A씨의 아이폰으로 얼굴 인식을 해 잠금을 푼 뒤 약 1000만 원어치의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A씨는 애플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애플은 '이미 생체인증의 위험성을 사전에 공지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간편결제 송금 서비스를 이용한 피해는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는 않다. 본인의 생체 인증 혹은 비밀번호 인증을 통해 송금될 경우, 의사에 반해 강제로 돈을 송금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7월께 취객의 손을 붙잡고 지문을 인식해 5500만 원을 갈취한 30대 남성이 컴퓨터 등 사용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바 있지만, 당시 해당 사건의 경우 폐쇄회로(CC)TV 영상 등 명백한 증거가 있어 구제가 가능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사용자 스스로 보안에 철저히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순천향대 염흥열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간편송금 서비스로 인해 사용자의 편의성은 증대됐지만, 보안의 취약성이 늘어났다"면서 "보안의 취약성에 대한 사용자 교육이 필요하고 사용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윤창현 의원은 지난 7월 금융회사와 간편송금업자간 사기이용계좌 관련 정보 공유, 통장 협박 피해자 계좌 일부 지급정지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선불업 간편송금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지급정지 제도를 악용한 통장 협박 범죄의 경우 아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신속한 논의와 대응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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