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하 디스커버리) 대표(64)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3대 펀드'(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재수사가 첫걸음부터 삐걱대고 있다. 검찰은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환매 중단 혐의와 관련해 장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재수사마저 지지부진하다면 '부실 수사'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만큼 검찰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장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단성한)는 지난 5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무등록 금융투자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 등 혐의로 장 대표와 함께 디스커버리 소속이었던 김모 전 투자본부장, 김모 전 운용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장 대표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김 부장판사는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으며, 충분한 소명이 부족해 피의자의 방어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장 대표 등과 관련해 검찰이 공개한 혐의만 4개일 뿐 실제로는 7~8개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다툼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본 '일부' 혐의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은 각각의 혐의 소명에 힘써야 하게 됐다.
"관련 형사사건이 진행 중이어서 상당 증거가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는 기각 사유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장 대표 등은 이번 재수사에 앞서 환매 중단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지난해 7월 기소됐으나, 같은 해 1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출채권 부실 사실을 알고도 국내 투자자 370여명에게 펀드를 판매했다가 환매를 중단해 약 1348억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인데,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사기의 '고의성' 여부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언급한 사건은 이 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재수사 중인 사건은 앞서 기소된 사건과 혐의부터 다르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예 관련 없는 사건은 아니기 때문에 겹치는 사실관계나 증거가 일부 있을 순 있겠지만, 환매 중단을 넘어 디스커버리 펀드 운용 과정에서의 불법 사안에 대한 재수사인 만큼 본질적으로 다른 사건"이라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사건은 검찰이 재수사를 시작한 3대 펀드 중 수사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재수사 이후 사건 핵심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며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범죄 혐의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사유는 유무죄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 가장 엄중하게 받아들일 부분"이라며 "소명이 부족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더 해야 하는 만큼 검찰이 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증권 전문 변호사도 "이미 기소된 사건과 직접적인 혐의가 동일하지 않더라도 관련 자료들이 상당 부분 겹친다면 이런 기각 사유가 나올 수도 있다"며 "구속영장 재청구 시 검찰은 해당 범죄에 대해서 사안의 중대성과 확실한 범죄 혐의를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권 등에서 3대 펀드 재수사를 정치적 공세로 몰고 있는 가운데 확실한 수사 결과를 내놔야 재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김유철 신임 서울남부지검장은 야당 관련 인물이 연루된 3대 펀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에 '공안통'이 오면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우려가 없도록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장 대표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확실한 결과를 얻는다면 이를 불식시킬 수 있다. 디스커버리 피해자들도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 이의환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피해를 당해 전국 수백명이 힘들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금융 살인'과 마찬가지"라며 "검찰이 재청구할 때는 영장이 기각되는 일이 없게 수사해줬으면 하고, 법원도 엄중하게 사건을 봐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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