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다툼 벌이나 한목소리…라이벌이자 동지
공통 과제 실적·해외 진출…제휴·콘텐츠 해법
티빙과 웨이브는 넷플릭스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1위를 차지한 가운데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벌이고 있다. 동시에 레드오션으로 변한 OTT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손을 잡기도 하는 선의의 경쟁 관계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를 보면 지난 2월 넷플릭스가 월간 사용자 1151만명으로 선두를 유지한 가운데 티빙이 475만명으로 2위, 웨이브는 376만명으로 4위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웨이브가 앞섰으나, 티빙이 시즌을 합병한 이후 사용자 수가 큰 폭으로 뛰었다. 토종 OTT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으나, 양사 대표는 한국OTT협의회 창립 멤버로 방송정책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다. 또 음악 저작권료 소송에 공동 대응하는 등 협력하기도 한다. 라이벌인 동시에 동지인 셈이다.
또 양지을 티빙 대표와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고려대 동문이다. 1968년생인 이 대표는 철학과, 1969년생인 양 대표는 서어서문학과와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이 대표가 1살 연상이지만 졸업 연도는 1994년으로 같다. 종종 개인적으로 만날 만큼 가까운 사이다.
'시즌' 품고 단숨에 토종 1위 도약한 양지을 대표
최근 국내 OTT들의 최대 과제는 해외 진출이다. 막대한 콘텐츠 투자 비용으로 한국 시장 수익만으로 돈을 벌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티빙은 지난해 할리우드 5대 스튜디오로 꼽히는 파라마운트의 OTT '파라마운트+'와 손잡았다. 티빙에 파라마운트+ 브랜드관을 열었다. 이준익 감독의 첫 OTT 연출작 '욘더' 등 콘텐츠에 공동 투자도 했다. KT와 협력 관계를 맺고 시즌을 인수해 단숨에 토종 OTT 1위로 치고 올라간 것도 양 대표의 경영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양 대표는 뉴미디어·IT 분야 전략 전문가다. 삼성전자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획 업무를 했으며,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당시 국내 1위 음원스트리밍업체 멜론을 컨설팅했다. 디지털 미디어 소프트웨어 기업 리얼네트웍스 전략기획 부사장, 네트워크 인프라·서비스 플랫폼 기업 액틸리티 전략기획 및 신사업 개발·제휴 부사장 을 거쳤다.
양 대표는 네이버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제휴를 체결하고, 네이버플러스 이용자를 끌어들여 가입자를 크게 끌어올리기도 했다. 구체적인 가입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2021년 제휴한 뒤 1년 만에 가입자가 3배 뛴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 관계사인 SK텔레콤을 제외한 KT,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제휴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태현 대표, 'K콘텐츠'로 정면 돌파
웨이브의 과제도 티빙과 마찬가지로 세계화다. 그러나 웨이브는 K콘텐츠 파워로 해외 시장 장벽을 뚫는다는 콘텐츠 생산 중심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K콘텐츠 플랫폼 '코코와'를 인수하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미주 시장을 공략한다.
이 대표는 KBS PD 출신의 콘텐츠 전문가다. 1994년 KBS PD로 입사해 '도올의 논어이야기', '6시 내고향', '추적 60분' 등 주요 프로그램들을 제작했다. 뉴욕 PD 특파원, 콘텐츠창의센터 편성정책 부장, KBS 월드 채널 책임 프로듀서, 콘텐츠사업국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 '푹' 제공사 콘텐츠연합플랫폼 대표로 취임했으며, 이후 웨이브를 출범시킨 만큼 OTT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다. 옥석을 가려 콘텐츠를 수급하고, 자체 제작하는 웨이브의 역량은 이 대표의 이 같은 이력에서 나온다.
웨이브는 지난해 '약한영웅', '좋아하면울리는 짝!짝!짝!' 등 총 25편의 콘텐츠를 공개했다. 올해는 방송 시작을 기다리는 콘텐츠 숫자만 이미 10편이다. 국내 최초 성 소수자의 연애기를 다루는 등 과감한 콘텐츠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제휴·협력에서도 콘텐츠에 집중한다. 티빙이 해외 진출을 위해 파라마운트를 택했다면, 웨이브는 인기 콘텐츠 확보를 위해 HBO와 손잡았다. HBO는 '해리포터', '왕좌의 게임' 등으로 유명한 콘텐츠 명가로, 2021년부터 웨이브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로부터 드라마, 예능을 공급받고 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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