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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폐암 3기·94세 고령도'…초·중학교 졸업장 받은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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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이 풀렸습니다."


21일 오전 구세군강북종합사회복지관을 찾은 한대섭(73)씨는 감격에 차오른 표정으로 졸업장을 보여줬다. 그는 2021년 폐암 3기를 판정 받았다. 하지만 더 아프기 전에 12살부터 학교를 못 다니던 한을 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3주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성인문해교육에 매진했다. 몸에 안 맞는 약을 맞을 때면 머리가 빠지고 불면증에 시달렸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이 결과 그는 어떤 것보다도 값진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됐다. 한씨는 "교육을 이수하는 동안 항암치료가 힘든 줄도 몰랐을 뿐더러 학교를 못 다닌 억울함을 풀어 속이 다 시원하다"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학교 과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포]'폐암 3기·94세 고령도'…초·중학교 졸업장 받은 노인들 21일 오전 10시께 구세군강북종합사회복지관에선 성인문해력교육 프로그램 이수자 졸업식이 진행됐다. 폐암 3기에 시달렸지만 한대섭씨(73)는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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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께 구세군강북종합사회복지관에선 성인문해력교육 프로그램 이수자 졸업식이 진행됐다. 학교를 다니지 못한 노인들이 이곳에서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졸업장을 받게 된다. 이날 졸업식에 참여한 사람은 초등학교 과정 7명, 중학교 과정 10명 등이다.


이 프로그램은 노인의 문해력이 낮다는 지적과 함께 운영됐다. 지난해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의 14.2%가 문해력 '수준1'에 해당했다. 수준1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을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들은 성인문해력교육 프로그램에서 한글뿐 아니라 수학과 영어, 미술, 키오스크 체험, 스마트폰 활용 등도 배운다.


"수고했다" "축하한다" 격려로 가득 찼던 졸업식
[르포]'폐암 3기·94세 고령도'…초·중학교 졸업장 받은 노인들 21일 오전 10시께 구세군강북종합사회복지관에선 성인문해력교육 프로그램 이수자 졸업식이 진행됐다. 총 17명의 노인들이 초·중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졸업식을 시작하기 20분 전부터 학사복을 입은 노인들은 졸업식장으로 차례대로 들어왔다. 서로 악수를 하며 "수고했다", "축하한다" 등 격려를 나눴다. 학사모를 삐뚤어지게 쓴 사람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고쳐 잡아줬다. 졸업식이 시작되자 노인들은 졸업 축하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에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옛날 교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나올 때마다 노인들은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졸업장을 받는 순서가 되자 한 사람씩 나와 단상에 올랐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복지관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올라가 졸업장을 받았다. "성명 한대섭, 이 사람은 평생교육법 제40조에 따라 초등학교 학력이 있음을 증명합니다"라는 말이 나오자 졸업생들은 서로 아끼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 졸업장을 받은 사람에겐 다시 한 번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9년째 노인들을 가르치고 있는 최선화(53)씨는 매일 뿌듯한 순간이었다며 기뻐했다. 그는 "이분들이 남은 여생 동안의 희망을 찾는데 도움을 준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낀다"며 "누군가의 꿈 길잡이이자 안내자가 돼 기뻤다. 앞으로 하시는 일이 모두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책 읽는 재미에 빠졌다"…응어리진 배움의 한을 푼 어르신들
[르포]'폐암 3기·94세 고령도'…초·중학교 졸업장 받은 노인들 21일 오전 10시께 구세군강북종합사회복지관에선 성인문해력교육 프로그램 이수자 졸업식이 진행됐다. 최순금씨(94)가 졸업식에서 졸업 축하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노인들은 길게는 80년, 짧게는 60년 동안 응어리진 배움의 한을 풀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날 졸업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최순금(94)씨는 6년동안 교육을 이수하며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어린 나이, 일본군 위안부를 피하기 위해 학교 대신 결혼을 택했고 남편이 한국전쟁에서 다리에 총탄을 맞아 대신 돈을 벌다보니 90살을 훌쩍 넘겨버렸다. 코로나19가 확산돼 복지관을 가지 못할 때도 선생님과 통화하며 과제를 할 정도로 의지를 보였다. 과거엔 은행을 갈 때마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젠 스마트폰으로 뉴스도 본다고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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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6년 전, 텔레비전에서 한글을 배우던 노인들을 보고 부러워하다가 무작정 글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드디어 그 결실을 보게 돼 기쁘다"며 "요즘 책 읽는 재미에 빠져 있다. 쉬는 동안 책을 쌓아두고 열심히 독서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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