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외롭습니다. 좋았던 관계가 괜한 오해로 틀어졌을 때, 누구도 손 내미는 이 없다는 막막함이 밀려올 때, 삶은 참으로 외롭습니다. 때로는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어도 외롭습니다. 김태준은 <고독>에서, 아내와 아기가 옆에 있되 멀리 친구를 생각하는 것도 인생의 외로움이요, 오래 그리던 친구를 만났으되 그 친구가 도리어 귀찮음도 인생의 외로움이라고 했습니다. 외로운 세상에 질병으로 고통 받고 먹고사는 일에 쫓겨 사느라 쉬지도 못하고 살아갑니다. 어찌해야 이 외롭고 힘든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외로움은 극복되지 않습니다. 그저 견디는 것이죠. 그러니 잘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옛 사람들은 홀로됨을 사랑하고 자신을 벗 삼았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며 기웃거리거나 남을 따라 휩쓸리지 않고 자신에게 당당하며 기꺼이 홀로 걸어갔습니다. 박쥐를 보세요. 박쥐는 새도 아니고 짐승도 아닙니다. 다만 박쥐일 뿐입니다. 굳이 새의 무리에 낄 이유도 없고 짐승의 무리에 낄 이유도 없습니다. 다만 박쥐면 족합니다. 이 당당함이 나를 지키며 나아가게 합니다.
그리고 옛 사람들은 자족(自足)할 줄 알았습니다. 자족은 만족과 다릅니다. 만족이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면 자족은 어떠한 상황이든지 상관없이 긍정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인생은 내가 가진 것에 족하고 감사하면 그뿐, 우리는 내가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박수밀 <고전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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