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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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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뉴욕다이어리]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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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닷새에 걸친 미국 하원의장 선거를 지켜보며 미국인 친구와 서투르게 나눈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당선이 유력했던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는 지난주에만 총 14차례나 줄줄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며 말 그대로 면을 구겼다.


체면을 구긴 게 과연 매카시뿐일까. 11·8중간선거에서 민주당으로부터 하원 다수당 지위를 앗아온 공화당 전체로도 '통치의 실패' 그 자체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다수당 원내대표가 맡아온 하원의장조차 선출하지 못할 정도로 당내 분열이 극심함을 전 세계에 알렸을 뿐이다.


통상 요식 절차로 평가되는 미국 하원의 의장선거가 한 차례 표결로 끝나지 않은 것은 100년 전인 1923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공화당 반란표를 이끈 강경파는 겨우(?) 100년이란 기록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듯하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후 9차 투표에서도 당선자를 확정 짓지 못하고 10차 투표로 이어지자, 주요 외신들의 헤드라인에는 '1859년 이후 최장 선거', '164년 만에 최다 투표'라는 문구가 덧붙여졌다. 1923년 당시에는 9차례 표결로 하원의장이 선출됐다. 1859년에는 44차례 표결이 이뤄졌다. 그보다 앞선 1855년에는 두 달 간 133차례였다.


[뉴욕다이어리]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투표 이틀째부터 "이길 때까지 싸우겠다. 내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고 밝혀온 매카시는 결국 하원의장이 됐다. 닷새째인 7일 자정을 넘긴 이후 15차 투표에서 의장 선출을 위한 표를 확보했다. 공화당 내 강경파 반란표 20명 중 14명의 마음을 돌린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내줘야만 했다. 그들의 요구대로 하원의원 누구나 의장 해임 결의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따랐고, 하원 운영위에도 강경파 소속 의원들을 더 많이 배치하기로 했다. 애당초 매카시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후보 사퇴, 강경파에게 양보, 민주당과의 협상을 통한 표 확보 정도가 될 터인데, 강경파 설득 외엔 카드가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


하원 공전 장기화 시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프리덤 코커스’ 중심의 강경파도 어느 정도 양보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점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강경파 의원들도 그들이 하원의장 후보로 추천한 바이런 도널드 의원 등이 뽑힐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매카시에 대한 불만을 (의회 역사에) 기록하길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 '164년 만에'쯤이면 상당한 기록이 아닌가. 15차례 표결은 역대 하원의장 선거를 통틀어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다 기록이다.


결론적으로 매카시는 하원의장 투표에서 승리했음에도 패자가 된 모양새다. 앞서 11차 과반 득표 실패 이후 저녁 늦게 하원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잘 마무리한다면 성공적인 것"이라고 미리 포장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말이다. 당선 직후 첫 연설에서 그는 "쉬운 일이었다. 그렇지 않나"고 농담부터 던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매카시 원내대표가 의회와 국민에게 보여준 것은 당내 반란표조차 조기 진압하지 못한, 부족한 장악력이었을 뿐이다.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그의 리더십 부족과 당의 분열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우려를 쏟아냈다.


그리고 이는 2024년 대선까지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 누가 당을 이끌어야 할 지, 요식 절차마저 막힐 정도인 공화당의 분열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국민들을 위한 경제, 민생 입법은 뒷순위로 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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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를 ‘정치’의 과정이라고 말할 것이다. 공화당 강경파에게 있어선 얻을 것을 얻어내기 위한 ‘투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상을 사는 미국인들에겐 어떠할까. 공화당이 우세인 미 남부 출신인 30대 뉴요커 친구는 이렇게 요약했다. 단지 집안 싸움에 의회가 며칠이나 멈춰 섰을 뿐이다. 그것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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