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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무슨 공대야” 대학 전공까지 제한하는 탈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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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여성, 공학·경제학 등으로 대입 응시 못해
라그만주 내 대입 응시 여학생 1200→182명으로 급감

“여자가 무슨 공대야” 대학 전공까지 제한하는 탈레반 아프가니스탄을 지배 중인 탈레반이 여학생들의 대학 전공 선택에까지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사진은 남녀가 분리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아프가니스탄 대학생들의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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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여성에 대한 심각한 교육 차별을 자행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급기야 여성들의 공립대학 전공 선택에까지 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치러진 대학 입학시험에서 여성 응시자들은 일부 전공으로는 아예 응시할 수 없었다. 여성들의 응시가 금지된 전공은 학교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공학·경제학·언론학·수의학·농학 등이었다. 여성들이 응시할 수 있는 전공은 문학·조산학·간호학 등이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동부 낭가르하르 대학 대입 응시생 파티마(19·가명)는 "부푼 희망을 가지고 고사장에 갔지만 전공 선택 용지를 보자 내가 원하는 전공을 찾을 수 없었다"며 울먹였다. 여학생들은 낭가르하르 대학의 13개 학부 중 단 7개 학부만 선택할 수 있어서 언론학·공학·경제학 등의 전공을 고를 수 없게 됐다. 결국 언론인이 되고자 했던 그의 꿈이 탈레반의 새로운 정책 때문에 산산조각 난 것이다. 여성의 언론학 전공이 가능한 대학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탈레반은 나라를 여러 지역으로 나누었고, 여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 밖에서 공부하는 것이 금지됐다.


파티마는 지난해 8월 탈레반 집권 이후 학교가 문을 닫게 되면서 학교에서의 마지막 해를 마치지 못했다. 파티마와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함께 그룹 스터디를 하며 대입을 준비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고생 끝에 탈레반이 학교의 마지막 해에 있었던 소녀들도 대학 입학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그는 "TV나 라디오 기자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었지만 이제는 여성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부 고등교육부 시험과장인 압둘 카디르 카무쉬는 BBC에 "여학생들은 3~4개를 제외하고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며 "여성을 위한 별도의 수업을 제공해야 하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 지원자가 적어서 특정 과정에 여성의 지원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성 3만명을 포함한 10만명의 학생이 대학 입학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반적으로 시험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2~3개월이 걸렸지만 탈레반이 집권하면서 그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험은 성별에 따라 학생을 분리하는 탈레반 규칙에 따라 남학생과 여학생이 시간대를 나누는 등의 방식으로 치렀으며, 응시자가 많은 일부 지방에서는 2~3일에 걸쳐 입시를 치렀다.


인권운동가들은 탈레반이 6~12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중등학교를 다시 열지 않는 한 앞으로 대학에 지원하는 여학생의 수가 극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라그만주에서는 지난해 약 1200명이 대입 시험을 보았지만, 올해는 182명으로 줄어들었다.



아프가니스탄 내 여성 인권 문제는 수십 년 째 국제사회에서 큰 이슈가 될 만큼 심각한 수준이었는데, 탈레반 집권 이후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탈레반은 집권 초기 여성 인권에 대한 존중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지난해 9월 중등학교에서 남학생만 등교를 시키고 일부 대학에서는 남녀 분리 수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 여성부를 없애고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도덕경찰을 부활하는 등 처음의 약속과 다른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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