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서 자산 맞교환하는 '스와프(swap)'
통화스와프 맺으면 적은 비용으로 외화확보 가능
환율 치솟자 달러공급 위해 통화스와프 거론돼
"현재 상황에선 별 효과없다"는 지적도 커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환율이 무섭게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0.2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에는 13년6개월 만에 1400원을 넘어섰습니다. 전월에만 연고점이 11번 바뀌었죠. 정부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통화스와프는 어떻게 환율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우선 스와프(swap)의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스와프는 ‘바꾼다’ 혹은 ‘교환하다’라는 의미의 영단어입니다. 좋은 고급 승용차를 보유한 A씨를 가정해봅시다. A씨는 한 달간 가족과 깊은 숲속 캠핑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캠핑 차량이 필요한데 사자니 아깝고 빌리자니 비용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런데 옆집 B씨는 캠핑카를 가지고 있죠. A씨는 B씨에게 “서로 원할 때 각자의 차량을 자유롭게 이용하자”고 제안했죠. B씨는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B씨도 승용차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 계약 덕에 A씨는 가족과 캠핑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편리하게 상대국 화폐 가져오는 '통화스와프'
이처럼 스와프는 한 자산을 상대와 맞교환하는 계약을 의미합니다. A씨와 B씨는 서로 일종의 자동차스와프를 체결한 셈이죠. 만약 두 사람이 필요한 컴퓨터를 맞바꾼다면 ‘컴퓨터스와프’라고 했을 겁니다. 금융시장에도 많은 자산이 있습니다. 외환이나 채권, 주식도 있고요. 여기서 만든 파생상품도 있죠. 이런 자산을 교환하는 계약 역시 스와프입니다. 나중에 받게 될 이자를 맞교환하는 계약이라면 ‘금리스와프’라고 하는 식이죠. 통화스와프는 말 그대로 두 국가가 각국의 화폐를 교환하는 계약인 겁니다.
그럼 통화스와프는 왜 하는 걸까요? 필요한 자동차를 편리하게 교환하는 A씨와 B씨를 생각해보세요.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상대국의 화폐를 쉽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 사람들이 자주 쓰는 돈을 스와프 계약으로 확보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는다면 달러가 부족해지는 외환위기를 방어할 수 있고요.
비용도 적습니다. 상대국의 돈이 꼭 필요한데 통화스와프가 없다면 어떡할까요? 상대국으로부터 돈을 바꾸거나 돈을 빌려야 하는데 과정이 매우 번거롭겠죠. 돈을 빌린다면 비용도 더 들 것이고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돈을 가져오면 간섭을 받게 되지만 통화스와프는 그럴 필요도 없죠. 또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며 ‘환율’을 미리 정해놓기 때문에 시세변동 위험도 피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으로서는 빚이 아니므로 부채비율 같은 금융규제에서 벗어난다는 이점 역시 있고요.
한국이 미국과 맺은 첫 통화스와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에 있었습니다. 유효기간은 2009년 4월 30일까지였는데, 이 계약으로 한국은행은 최대 300억달러(당시 약 39조원)를 쓸 수 있게 됐죠. 같은 해 12월31일에는 중국·일본과도 통화스와프를 맺고 규모를 각각 3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했습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3월에도 한은은 미국과 6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맺었는데 한은은 최대 188억달러를 인출해 썼죠.
통화스와프가 치솟는 환율 낮출 수 있을까
지금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된 상태인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지금 통화스와프가 거론되는 이유는 뭘까요? 환율이 오르는 건 기본적으로 두 가지 이유입니다. 수요와 공급이죠.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달러를 원하거나, 시장에 달러가 지나치게 부족한 겁니다. 지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긴축정책을 통해 달러를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은행은 공급을 늘리려고 보유한 달러를 팔고 있죠. 올 2분기 총 154억9000만달러를 순매도했는데 2019년 해당 통계 공개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한국은행이 2분기에 많은 달러를 쏟아냈는데도 환율이 계속해서 오르니 통화스와프가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달러를 한국으로 쉽게 들여올 수 있으니까요. 달러가 많아지면(공급증가) 환율도 안정화될 수 있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2008년과 2020년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소식이 알려지자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멈췄습니다. 2008년에는 환율이 12.4%, 2020년에는 3.3% 떨어졌죠.
정부와 당국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컨퍼런스콜을 가졌습니다. 경제 현안을 논의했는데 유동성이 경색돼 금융 불안이 심해지면 ‘유동성 공급장치’ 실행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대표적인 유동성 공급장치가 한·미 통화스와프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해 “미 연준과 의견을 교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통화스와프 효과가 작을 거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금의 환율급등 사태를 엄밀히 들여다보면 달러가 부족이 아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사태가 겹쳐 일어났다는 겁니다. 그러니 통화스와프를 체결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거죠. 실제로 2008년 통화스와프 체결 때도 환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20여일 만에 다시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이 총재도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이 이론적으로는 불필요하다”, “(달러가 부족했던) 1997년이나 2008년 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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