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난기류의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특히 난기류는 순항 중인 비행기에 위협을 가할 수 있어, 일각에서는 기내 안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CNN은 대기과학을 연구하는 폴 윌리엄스 영국 레딩대학교 교수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난기류는 방향과 속도가 불규칙한 공기의 흐름으로, 일정한 기류에 크고 작은 소용돌이가 발생하면서 형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난기류는 순항 중인 비행기에 충격을 가해 위협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2019년 캐나다에서 호주로 향하던 에어캐나다 여객기가 심한 난기류를 만나 급강하하면서 승객 등 35명이 다친 일이 있었다. 지난 5월엔 인도의 한 여객기가 난기류에 휘말려 최소 15명의 승객이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약 5500대의 비행기가 큰 규모의 난기류를 겪고 있다. 윌리엄스 교수는 이 수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몇 가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행한 결과 극심한 난기류가 향후 수십 년간 2~3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특히 맑은 날씨에 발생하는 청천 난기류에 주목했다. 청천 난기류는 예고 없이 나타나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장 위험한 난기류로 꼽힌다. 윌리엄스 교수는 2050∼2080년까지 이러한 청천 난기류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대서양을 오가는 항공편의 경우 10분간의 난기류를 예상할 수 있다"며 "이는 몇십 년 이내에 20분 혹은 30분가량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난기류의 빈도와 지속 시간을 증가시킨 요인으로는 기후 변화를 꼽았다. 그는 2013년부터 기후 변화가 난기류 발생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에 따라 비행시간이 길어지면서 연료 소비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윌리엄스 교수는 "난기류로 인해 북미와 유럽을 잇는 북대서양 항로에서만 연 1억5000만달러(약 2044억5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난기류가 더 자주 발생하면서 산업계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항공 업계는 이러한 난기류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좌석 벨트 착용 강화 등 일부 규정 변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한편 기후 변화로 인한 난기류의 발생을 다룬 연구는 앞서도 나온 바 있다. 지난해 중국 난징대학교와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국제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비행기가 난기류를 겪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통상 조종사는 대류권보다 높은 곳에 형성된 성층권에서 비행한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대기층인 대류권은 대기가 불안정해 비와 구름, 눈 등 기상현상이 발생하는 반면 성층권에선 비교적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대류권 두께가 변화하면서 안정적인 비행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대류권이 상승하면서 안정적인 비행을 위해선 항공기 순항 고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더 높이 날지 않으면 운행 중 난기류가 잦아질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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