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책 한 모금] “소설이 끝나도 이후의 삶이 있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6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내가 말하고 있잖아’, ‘바벨’, ‘선릉 산책’ 등 여덟 권의 소설책을 펴낸 저자의 첫 에세이집이다. 민음사 격월간 문학 잡지 ‘릿터’에 2021년 2월부터 1년 동안 연재되었던 결과물에 작가의 창작 원칙과 문학적 화두, 소설을 시작하던 때의 생생한 마음을 담은 글들을 더해 완성했다.

[책 한 모금] “소설이 끝나도 이후의 삶이 있다”
AD


알고 싶은 마음은 아는 마음보다 어리석다. 하지만 강하다. 지금 당장은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지만 알고 싶은 마음은 앎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움직임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잠든 토끼를 이기는 거북이처럼 알고 싶은 마음은 마침내 그 어떤 앎보다 많이 알게 된다. 나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나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 중에 결국에 나를 더 많이 알게 되는 이는 알고 싶어 하는 사람 쪽일 거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계속 소설을 쓰고 싶다.

-「불가능한 싸움」에서, 46쪽


고통을 느꼈다.

슬픔을 느꼈다.

죽고 싶었다.

이렇게 소설은 끝나지만 인물에게는 소설이 끝난 이후에도 삶이 있다. 그런데 그 삶을 고려하지 않고 한순간의 감정과 감각에만 몰두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끝내면 안 될 것 같다. 아픈데, 어떻게, 얼마나 아프냐면 말이야, 묘사하고 보여 주는 것보다는, 어찌하여 이렇게 됐는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할까. 인과, 고통의 전후, 슬픔의 전후에 대해 생각했고 소설이 끝난 이후 계속 살아 낼 그의 삶을 고민했다.

-「인물에게도 내일이 있다」에서, 87~88쪽


소중하고 귀한 것은, 다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무대에 서기 전 리허설 하는 것. 발표하기 전 방에서 혼자 연습해 보는 것. 좋아하는 누군가를 만나기 전 거울을 보는 것. 고백하기 전 단어와 음성을 골라 보는 것. 편지를 쓰기 전에 빈 종이에 수많은 문장을 썼다 지웠다 연습해 보는 것.

쓰이는 대로 쓰고 싶지 않다. 다 쓰고 난 뒤, 분명히 내가 썼지만 내 의도와 내 마음과 달라진 소설을 읽고 이렇게 완성됐으니 이게 내 의도고 이게 내 마음이겠지, 합리화하고 싶지 않다. 나는 사는 대로 살고 싶지 않다. 매 순간 오고 가는 변덕스러운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꼭’ 해야 하는지 묻는다면」에서, 137쪽



소설 만세 |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12쪽 | 1만4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