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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로까지 번진 美 '반독점법' 뭐길래…기업 운명까지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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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변선진 기자]

골프로까지 번진 美 '반독점법' 뭐길래…기업 운명까지 흔든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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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지원을 받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간 힘겨루기가 '반독점법(antitrust laws)'까지 소환했다. 이달초 LIV 골프에 참가한 11명의 미국 선수들이 '다른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PGA 규정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지난 4일 미 캘리포니아주 북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이들은 이같은 규정이 "유력 경쟁자인 LIV 골프를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유·통신·철도 등 분야의 굵직한 기업의 분할·해산을 이끈 반독점법이 세계 골프계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이때문에 이들이 제기한 PGA에 제기한 반독점 소송은 골프를 둘러싼 미국과 사우디 자본간 자존심을 건 세기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독점법 구성하는 3개의 핵심법안들

PGA에 소송을 건 11명의 골프 선수들은 왜 반독점법을 꺼내들었을까.


반독점법은 미국내 거대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만큼 막강한 힘을 지닌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독점이나 담합으로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기업에 대해 가차 없이 분할 조치해 힘을 빼놓는 식이었다.


미 반독점법의 효시는 1890년 당시 존 셔먼 상원의원이 대표 발의해 제정된 '셔먼법(Sherman Act)'이다. 급속히 진행된 산업화로 기업 간 경쟁과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자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제정됐다. 이후 1914년 클레이튼법(Clayton Act)'와 연방거래위원회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가 잇따라 제정되면서 반독점법은 더욱 강화됐다. 이 세 법안이 현재까지 연방의 핵심적인 반독점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소송으로 미 법원은 PGA가 독점을 금지하고 있는 내용을 담은 셔먼법 제2조를 어겼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강제분할로 기업의 명운까지 결정

반독점법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 최초이자 대표 사례는 미국 정유시장의 90%를 차지하던 스탠더드오일이 1911년 엑손·모빌·셰브런 등 38개 기업으로 쪼개진 사건이다. 같은 해 미국 담배 시장의 95% 점유율을 보인 아메리칸토바코도 3개 기업으로 깅ㅈ[ 분할됐다. 1932년에는 미국 전자 회사 RCA의 자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웨스팅 하우스와 상호 특허 라이선스를 남용해 다른 라디오 기업들과의 경쟁을 막자 법무부 조정으로 RCA가 매각된 사례도 있었다. 1930년대 미국 방송 산업의 절대강자였던 NBC는 NBC 레드와 NBC 블루로 1942년 쪼개졌다. 알루미늄 시장을 독점하던 스위스 회사 알코아는 1945년 외국 기업 최초로 분할됐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경제 산업 구조가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반독점법의 칼끝도 이들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한때 미국 전화 시장 80%를 차지했던 통신회사 AT&T가 반독점법의 타깃이 됐다. AT&T가 장거리 통신과 22개 지역 전화 회사를 소유하면서 법무부의 소송 표적이 된 탓이다. 결국 AT&T는 1984년 7개 지역 전화 사업자를 비롯한 8개 기업으로 쪼개졌다. 이 결과 AT&T는 업계 1위 자리를 2009년 버라이즌에 내줘야 했다.


반독점법이 힘을 조금씩 잃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998년 윈도에 자사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파는 형식으로 시장 경쟁을 차단한 혐의로 제소돼 2000년 1심 법원에서 2개 회사로 분리하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MS 측 항소로 열린 2002년 재판에선 기업 분할이 아닌 사업 운영 방식을 바꾸는 정도로 소송은 종결됐다. 2020년대엔 구글·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들이 반독점 소송에 휘말렸다. 소셜미디어 업계의 독점 지위로 2020년 12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제소된 페이스북은 독점에 대한 증거 불충분 등으로 승소했다. 스마트폰에 자사 검색을 기본 탑재해 모바일 검색 시장의 경쟁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구글은 미 법무부로부터 같은 기간 반독점 소송이 걸렸다. 3년 후인 2023년 9월에야 첫 소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골프 선수 11명이 미국 메이저 골프에 내민 '반독점 소송'...결말은

세계 남자 골프계의 주도권을 둘러싼 2022년판 반독점 소송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관건은 미 법원이 ‘다른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PGA 규정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볼지 여부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또 “미국 내 자국 기업·단체와 다른 나라 측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에선 자국 쪽에 좀 더 유리한 결론을 내린 전례가 있기도 하다”고 했다.



미 법조계 사이에선 “이번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11명 선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말도 나온다. 앞서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1994년 PGA의 사전 허가 규정이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검토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반독점법 소송 기간이 평균 3~4년인 점을 감안하면 황금기가 중요한 골프 선수들에게 이번 소송 건 자체가 득이 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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