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8일만에 파업 철회
연장 기간·품목 확대 범위 등
갈등 불씨 남아있어 우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박준이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와 정부가 올해 말 종료예정인 안전운임제를 일단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총 파업 8일 만에 노정간 갈등이 봉합됐다. 하지만 품목 확대 범위나 연장 기간 등에 대한 추후 논의 과정에서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존재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야도 3년 연장 혹은 일몰제 폐지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14일 오후 8시부터 경기도 의왕 내륙물류기지(ICD)에서 5차 실무대화를 열고 2시간 40여분간 교섭한 끝에 올해 말로 예정된 안전운임제의 일몰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전자에게 교통안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인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 3년 도입돼 올해 12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이번 협상 타결로 화물연대는 15일부터 집단운송 거부를 중단하고 물류 수송을 재개하기로 했다. 파업 장기화로 인한 물류대란과 누적 손실액, 조합원 손실과 파업 참여 조합원 이탈 가능성, 악화되고 있는 여론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와 경영자총협회, 시멘트협회 등 6개 단체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입은 피해액은 약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화물연대본부는 성명을 통해 "총파업투쟁을 유보하고 16개 지역본부별로 현장 복귀할 예정"이라며 "화물연대는 정부 및 국회가 화물연대와의 합의를 지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합의 사항을 두고 국회에서 본격적인 개정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여야는 안전운임제 시행엔 동의하는 입장이지만 3년 연장을 할지, 일몰제 자체를 폐지할 지를 두고 이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일몰제를 당장 폐지하는 것보다 3년 간 연장하자는 쪽에 기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KBS 라디오에서 "안전운임제 제도의 취지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일몰제가 시행된 3년 기간 동안 코로나 등 특수 상황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 조금 더 성과를 평가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며 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민주당은 일몰제를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화물연대 측 입장에 동조하며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조오섭 민주당 의원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골자로 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해야겠다"고 밝혔다.
다만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여야 협상 시작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날 우 위원장이 여야 당대표, 원내대표 간 4인 회동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거절의 뜻을 밝혔다. 한편 안전운임제 확대 등에 지지 입장을 밝혀 온 정의당도 이날 오전 화물연대와 간담회를 갖고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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