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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의 연이은 내각행…"이사회 과반수 규정 무색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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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최근 주요 대기업 이사회의 과반수가 사외이사로 구성돼야 한다는 상법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새 정부의 총리와 장관 등으로 발탁돼서다.


사외이사가 부족한 이사회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대주주와 최고경영진의 주요 의사결정을 감시·견제하는 사외이사 제도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사회 내 사외이사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직후 6명에서 현재 4명으로 줄었다.


신규 선임된 한화진 사외이사가 새 정부의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된 지난달에 사임했다. 박병국 사외이사도 지난 17일 갑작스럽게 별세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이사회 구성은 기존 사외이사-사내이사 6대 5 비율에서 현재 4대 5 비율로 역전됐다.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으로 구성된 사내이사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적어진 것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사회가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 경영 부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에 따라 이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교수나 변호사 등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외부인사로 구성되는 사외이사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과 대주주의 전횡을 감독·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행 상법에서는 사내이사의 이사회 독주를 막기 위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최소 3명 이상)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삼성전자의 경우처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이사회 과반수로 선임했지만, 이후 사임이나 사망 등으로 임기 도중에 사외이사가 이탈하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현행 상법은 사외이사가 과반수에 미달하게 되면 이후 열리는 첫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충원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시한은 별도로 정해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으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현 이사회의 구성이 유지될 수 있다.


기존 사외이사가 새 정부에 입각하면서 사외이사 비율이 미달한 기업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다. 에쓰오일도 기존 한덕수 사외이사가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발탁되면서 사임하는 바람에 사외이사와 비사외이사의 수가 동수(5대 5)가 됐다. LG에너지솔루션도 안덕근 사외이사가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된 후 사임하면서 동수(3대 3)가 됐다.


이외에도 LG디스플레이(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AK홀딩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신세계인터내셔날(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효성화학(왕윤종 대통령실 경제안보비서관), LG이노텍(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의 사외이사들도 새 정부 합류를 이유로 사임했다.


이런 가운데 내달 6·1 지방선거 이후 대기업 사외이사들의 '줄사임'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과반수' 구성요건 미달과 잇따른 사임으로 인해 이사회 감시·견제를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영미권의 단일 이사회 제도를 채택한 국내에서는 사내이사를 감독하고 감시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두게 하고 있다"며 "이러한 법 정신을 고려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외이사의 결원을 충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제도를 관장하는 법무부 상사법무과 관계자는 "불가피한 사유로 사외이사의 결원이 생기면 최대한 빨리 새 사외이사를 선임해 감시 기능을 회복하라는 것이 법의 취지"라며 "법정 시한을 정해두진 않았지만 (사외이사 비율이) 미달하게 되면 가능한 한 빨리 주주총회를 열어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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