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론]금융감독권을 한국은행에게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0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김홍범 경상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금융감독권을 한국은행에게로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AD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에는 정책실패와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성 아닌 정치가 공공정책을 내내 좌우한 탓이다. 그런 동안 공공정책체계 전반의 퇴행으로 관련 각 분야의 개혁이 절실해졌다. 곧 대선이다. 하지만 못내 실망스럽다. 여야 대선후보들 간 경쟁이 비생산적 현금 퍼주기와 선심성 개발 공약에만 집중된 나머지, 정작 미래지향적 중장기 개혁 논의들은 실종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개혁도 그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은 포퓰리즘 정치에 심히 오염됐다. 일례로, "저신용자가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건 구조적 모순"이라는 가당찮은 시각이 금융감독당국을 경유하여 금융기관 및 시장에 그대로 ‘하달’된다. 그 결과, 고신용자가 금리 역차별을 받는가 하면(금융원리 훼손), 정책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신용도를 일부러 낮추는 차입자들이 늘어난다(금융질서 교란). 한편, 가상화폐 광풍의 지속에도 감독당국은 어쩐 일인지 오랫동안 나 몰라라 했다(소비자보호 공백).


감독의 정치포획은 현행 감독 지배구조가 취약한 탓이다. 우선, 금융위원회(관료조직)와 금융감독원(민간조직)으로 나뉜 이원 감독구조가 문제다. 이질적인 두 조직이 단일 감독자처럼 행동하기란 불가능하다. 두 조직 사이에 영역 다툼과 갈등이 잦고, 유사시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또한, 금융위로 집중된 금융감독권과 금융(산업)정책권 간 이해상충도 문제다. 안정을 지향하는 금융감독과 효율을 지향하는 금융정책은 자주 충돌하기 마련이다. 이원 감독구조와 이해상충으로 빚어진 이런 지배구조적 균열들이 정치가 평소 감독에 스며드는 통로가 됐다.


정치와의 단절을 위한 감독개혁은 그래서 시급하다. 차제에 금융감독권을 한국은행에게 배정할 것을 나는 강력히 제안한다. 그렇게 하면 기존 감독 균열이 원천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또한, 법률적 독립성을 가진 한은은 감독이 정치에 오염되는 것을 (일차적으로) 막아주는 울타리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위기 이후의 세계적 추세 및 달라진 여건도 한은을 감독의 중심에 세워야 할 또 하나의 주된 근거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금융감독 전반에 걸쳐 정책적 책임(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정책, 개별 기관·시장 안정을 위한 미시건전성정책 등에 대한 책임)이 새롭게 늘어난 중앙은행들이 최근 다수 관찰된다. 이런 현상에 대한 BIS 경제학자들의 설명은 명쾌하다. ‘상이한 두 정책 중 어느 한 정책의 수단이 다른 정책의 목적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이들 두 정책을 서로 다른 두 당국이 각기 하나씩 나눠 다루기보다는 단일 당국(중앙은행)이 두 정책을 모두 다루는 접근이 낫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국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에서 금융안정정책(미시·거시건전성정책)와 거시경제안정정책(통화·재정정책) 사이에 긴밀한 공조와 보완성이 실현된 점에도 주목한다. 그런 실제 경험은 여러 관련 정책 간 보완성을 강조하는 이들 논리의 타당성을 보여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제도 개혁 못잖게 사람이 관건이다. 한은 총재는 전문성은 물론, ‘기개(guts)’를 갖춘 인물이어야 마땅하다. 언제라도 당당히 물러날 각오로 정치권이 뭐라든 국민경제만을 바라보며 일관적 정책을 올곧게 고수하는 그런 기개 말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