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칼럼] '메타버스'라는 환상

시계아이콘01분 20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데스크칼럼] '메타버스'라는 환상
AD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메타버스(확장가상세계)와 가상현실(VR)의 기원은 19세기 SF소설에 등장했던 ‘피그말리온 안경’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안경을 쓰면 홀로그램에 촉각, 후각까지 가상현실화하는 내용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철학사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티베트의 꿈수행은 일종의 가상현실에 대한 탐구다. 꿈이라는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또 다른 자아(페르소나)를 대면하고 스스로의 내면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 꿈수행의 목적이다.


장자가 내편 제물론(齊物論)에서 ‘내가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내가 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라는 질문을 던진 호접지몽(胡蝶之夢)의 고사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 트론(1982년)에서는 PC속 가상현실 세상에 들어가는 장면을 그리며 ‘가상현실’이라는 단어를 유행시켰다. SF소설 뉴로맨서(1984년)에서는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전 세계 모든 기업, 엔터테인먼트, 공공, 군사 분야 등 모든 정보를 교환하는 영역으로 지금의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그리는 미래와 가장 근접하게 닿아있다.


소설을 쓴 윌리엄 깁슨 얘기를 잠깐 하자면 그는 당시 컴맹이었다. 뉴로맨서는 타자기로 집필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운영체제(OS)는 슈퍼컴퓨터에서도 일부만 구현이 가능했고 대부분의 사람은 미리 외워놓은 명령어를 키보드로 입력해야 쓸 수 있었다. 소설로 돈을 번 윌리엄 깁슨이 가장 먼저 한 것은 PC를 구입한 일이었다. 기술적 한계를 몰랐기 때문에 미래에 더 근접한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뉴로맨서 이후 신경계와 뇌를 통해 사이버스페이스에 접속한다는 설정은 좀 더 고도화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89년), 영화 매트릭스(1999년)에서 좀 더 설정이 상세해지더니 일본 라이트노블 소드아트온라인(2009년)에서는 가상세계의 죽음이 현실에서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화두가 됐다. 지금도 인기 웹소설과 웹툰에서는 현실에서는 어려운 삶을 살지만 게임세상에서 지존이 된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게임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부캐(서브 캐릭터)를 즐기고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비싼 가격에 명품백 아이템을 구매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새롭지 않은 메타버스 얘기를 새해부터 꺼내든 이유는 종무식과 시무식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했다고 보도자료를 보냈던 몇몇 기업 때문이다. 이후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 방안이 궁금해 물어보니 이벤트에 불과했을 뿐 업무에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듯이 재택근무를 한다 해도 필요한 것은 메타버스가 아니라 화상회의를 위한 카메라와 인터넷 메신저다.


AD

수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에 입점하고 있는 가상매장도 이벤트를 위한 또 하나의 채널에 불과할 뿐 기술적 한계가 명확하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인터넷 쇼핑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결국 상품의 냄새와 촉감까지 느낄 수 있는 SF소설 속의 기술이 구현되거나 현재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는 이상 메타버스 플랫폼은 ‘또 하나의 현실’이 될 수 없다. 수년전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등장했을때 거의 모든 기업들이 AI를 도입하겠다며 나섰던 때를 되풀이할 뿐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