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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모든 것이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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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언론인·문화비평

[톺아보기]“모든 것이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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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어는 모든 문화현상의 기원을 ‘놀이’에 두고 유희를 즐기는 인류를 ‘호모 루덴스’로 정의했다. 하위징어는 1938년 발표한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우리 문명은 놀이 속에서 생겨나고 놀이로서 발전해 왔다고 갈파했다.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열풍을 이어가는 이유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유희하는 인간’의 놀이 본능을 건드린 것이 주효했다는 생각이다.


오징어게임은 승자독식의 세상에서 패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456억원의 상금을 놓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으로 풀어간다. BBC가 분석했듯이 이 드라마는 현대사회의 계층간 갈등을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다뤘다.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진지한 주제를 아이들이 하는 단순한 놀이에 녹여냄으로써 언어와 문화장벽을 넘어 전 세계의 시청자들을 끌어 들인 셈이다. 실제로 이런 게임이 있다면 참가해 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홍보를 위해 파리에 설치한 체험관에 서로 들어가려다 난투극이 벌어졌다는 뉴스를 보면 허황된 이야기도 아니다.


오징어게임은 씁쓸함을 남기는 드라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CNN 필름스쿨과의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루저(패배자)들의 이야기다. 루저들끼리 싸우고, 죽어가는 이야기다.”라고 했다. 황 감독은 10년 전부터 이 드라마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때 드라마가 공개됐다면 이 정도의 글로벌 반응이 있었을까?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이 스토리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현실 어디에선가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만큼 10년 사이 오징어게임에 어울리는 세상이 됐다”고 밝혔다.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에 세상은 많이 변했다. 빈부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미디어의 발달,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은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접하고 이해하게 만들었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세대가 문화산업의 주 소비자가 됐다. 컴퓨터 게임에선 죽이고 죽는 것은 일도 아니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영화 ‘미나리’의 성공, 그리고 BTS까지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의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콘텐츠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넷플릭스는 이 모든 점을 귀신같이 포착한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하는 OTT계의 선두주자 넷플릭스는 전세계 가입자들에 대해 어마어마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연령, 취향, 시청 습관 등 사용자들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결정한다.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에 투자한다. 이것도 그들에겐 정교하게 짜여진 게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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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문명을 만든다는 하위징어는 21세기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다만 그 놀이가 어떤 놀이냐가 문제다. 사회변화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놀이여야 하는데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게임들이 판을 친다. 오징어게임과 함께 연일 정치 뉴스의 톱을 장식하는 대장동개발 특혜의혹 사건을 보라. 놀이의 기본은 게임의 룰이 모두에게 공정하다는 것인데 대장동 게임에선 돈과 권력을 쥔 몇몇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룰을 만들었다. 10년간 진행된 땅 놓고, 돈 먹기 게임에서 수천억원의 이익을 남긴 승자는 분명이 있는데 패배자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쥐도새도 모르게 국민 전체를 패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단군이래 최대의 수익을 올렸다는 이 게임은 그래서 정말 악질이고, 그러기에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은 놀이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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