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기업 천안공장 가보니…고주파 센서로 원자재 배합
불량률 30% 뚝…모바일로 설비 모니터링 가능
인력효율은 2배…믹서트럭 ‘눈대중’ 적재도 없애
GPS로 납품정확성 높여…내년부터 AI 응용 기술 개발
[충남 천안=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충남 천안시 유진기업 레미콘 공장. 지난 4월부터 레미콘을 출하하기 시작한 천안공장은 유진기업이 가장 최근에 지은 공장이다. 그만큼 공장 곳곳에 유진기업의 최신 생산 시스템이 적용됐다. 유진기업이 2027년을 목표로 구현 중인 ‘100% 자동화 레미콘 공장’의 현주소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장은 빈틈없이 돌아갔다. 레미콘 공정 전 과정에 유진기업이 자체 개발한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된 덕분이다. 레미콘 공정은 크게 ‘입고→주문→생산→출하’ 4단계로 구분된다. 유진기업은 각 단계마다 최적화된 기술을 적용했다. 천안공장 구축을 담당했던 권종웅 유진기업 생산관리팀 차장은 "레미콘 공정은 일종의 주문 제작 방식이라 스마트 공장 기술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천안공장 수준의 자동화 설비와 통합관제 시스템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주파 센서 도입…인력 효율 ‘2배’
정밀계량 센서로 원자재 배합 정확성을 높인 게 대표적이다. 레미콘은 시멘트, 골재, 물, 혼화재 등 다양한 원자재를 섞어 만든다. 건설 환경마다 필요한 레미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배합 비율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레미콘을 다시 원자재별로 분리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천안공장은 80GHz(기가헤르츠)의 고주파 레이더 센서를 통해 사일로(Silo·저장고)에 쌓인 원자재 높이를 0.01m 단위로 측정한다.
40개가 훌쩍 넘는 레미콘 제품 규격을 모두 표준화해 배합코드도 만들었다.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관제실에서 코드를 확인하고 원자재 배합을 원격으로 관리한다. 첨단 제어설비로 원자재량을 정확하게 측정해 불량률은 기존 공장 대비 약 30% 줄였다. 관제실은 모든 설비에 달린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설비 작동을 이중으로 모니터링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관제실과 동일한 수준의 모니터링과 설비 제어가 가능해 장소 제약도 없다.
인력 효율성은 2배 높였다. 기존 레미콘 공장에는 배처 플랜트(레미콘 생산시설) 1개당 오퍼레이터 1명이 필요하다. 반면 배처 플랜트 2개가 있는 천안공장 관제실에는 2명이 아닌 1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었다. 권 차장은 "공정 자동화를 통해 제품 품질을 높인 동시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도 많이 줄였다"면서 "1인당 생산성을 100%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운송차주 ‘고성’ 없애…AI 적용도 검토
‘눈대중’의 대표 격이었던 레미콘 적재 과정도 자동화했다. 배합이 완료된 레미콘은 운송차량(믹서트럭)에 실려 건설 현장으로 운반된다. 문제는 레미콘이 쏟아지는 배처 플랜트 하단에 운송차량이 주차하는 과정을 육안으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유진기업은 배처 플랜트 하단 좌우에 물체 간 거리 측정 센서를 부착해 운송차량이 정확한 위치에 정차할 수 있도록 했다. 관제실은 믹서트럭이 정위치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떠야 레미콘을 최종적으로 출하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천안공장에서는 운송차주와 관제실 사이에 흔히 오고가는 ‘고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권 차장의 설명이다.
납품 정확성도 높였다. 천안공장에는 위치정보시스템(GPS)과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한 차량관제시스템을 적용했다. 생산 후 90분 내에 건설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레미콘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운송하기 위해서다. 유진기업은 시스템 연동을 위해 믹서트럭용 내비게이션을 별도로 개발하기도 했다. 관제실은 믹서트럭의 속도, 위치, 배합코드, 적재량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권 차장은 "본래 레미콘을 생산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오적재·오배송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천안공장은) 작업 지시부터 운반 과정까지 전 진행 현황을 자동으로 통제하고 모니터링해 이런 문제는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회사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레미콘 공정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권 차장은 "내년부터 AI를 비롯해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에 중점을 두고 기술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기존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과제들에 도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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