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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아저씨가 고민 들어줄게" 성착취는 그렇게 시작됐다 [한승곤의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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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겪고 있던 10대 소녀 이 모양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40대 김모 씨와' 고민 상담'을 나누는 등 일종의 상담사와 고민을 나누는 학생으로 관계를 이어갔다.

학술지 '사회복지연구'에 실린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에 관한 연구' 논문은 "성착취의 시작은 성적 측면이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면서 "사회복지 정책 차원에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에 주안점을 두어 그들의 정서적 공허함을 채우고 안전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해소할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모, 교사 등 가정·학교 등에서 청소년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아동·청소년들의 그루밍 피해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지, 발견한 뒤에 아동·청소년들에게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대처 매뉴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면서 "취학 전 아동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기의 각 연령대에 적합한 교육 자료의 제작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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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 앱 통해 고민 들어주고 공감대 형성
신뢰관계 형성 후 성적대화, 사진 요구
전문가 "각 연령대에 적합한 교육 자료 제작 시급"

"힘들지? 아저씨가 고민 들어줄게" 성착취는 그렇게 시작됐다 [한승곤의 사건수첩] 온라인 그루밍 범죄는 정서적으로 불안한 10대 청소년만 골라 친밀도를 형성하고 성착취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주로 성장과정에서 있는 청소년들이 범행 대상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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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제가 인생 경험도 많으니까 얘기해봐요, 고민 들어드릴게요."


# 사춘기를 겪고 있던 10대 소녀 이 모양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40대 김모 씨와' 고민 상담'을 나누는 등 일종의 상담사와 고민을 나누는 학생으로 관계를 이어갔다. 이 양은 자신의 고민은 물론 친구들과의 문제, 성적, 가족과의 불화 등 모든 것을 김 씨와 공유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이 양은 자신도 모르게 김 씨를 의존하고 있었고, 두 사람의 친밀도는 더욱 커졌다.


그때 갑자기 김 씨가 돌변했다. 김 씨는 "내가 너 이렇게 고민도 들어주고 하는데, 너도 내 소원 하나쯤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벗은 사진 한 장 줘봐"라고 말했다. 이 양은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자신의 사생활을 모두 알고 있는 김 씨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성적인 사진과 함께 성적 대화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양은 "정신을 차려보니 성폭력 피해자가 되어 있었다"라면서 "처음부터 작정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위 사례는 전형적인 온라인 그루밍 범행 수법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착취하기 전에 호감을 얻고 신뢰를 쌓아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상태에서 벌이는 디지털 성범죄다. 예컨대 피해자는 채팅앱 등을 통해 가해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면 가해자는 돌변해 신체 촬영물이나 조건만남을 요구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청소년의 정서적 불안을 이용해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하는척하며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한다. 피해자가 10대 청소년이 많은 이유다.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가 올해 1월 공개한 '2020년 피해상담 통계'에 따르면 접수한 피해상담 162건 중 온라인 그루밍 피해 유형은 14건이었는데 이 중 11건이 10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사건이었다.


"힘들지? 아저씨가 고민 들어줄게" 성착취는 그렇게 시작됐다 [한승곤의 사건수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여성가족부가 2019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문을 분석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을 보면 2019년 전체 성범죄 피해 아동·청소년은 3622명으로 전년(3859명)보다 6.1% 감소했다.


그러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크게 늘었다. 2019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 아동·청소년은 505명으로, 전년(251명) 대비 101.2% 늘었다.


이 같은 결과에 여성가족부는 "한 명의 범죄자가 다수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민들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0대 회사원 박 모씨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정말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면서 "아주 발본색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40대 가장 이 모씨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보니,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면서 "성착취는 치유도 어렵고 정말 상처가 오래갈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에서 강한 형벌로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친밀한 관계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일어나는 범죄에 대한 청소년들의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학술지 '사회복지연구'에 실린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에 관한 연구' 논문은 "성착취의 시작은 성적 측면이 아니라 정서적 측면에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면서 "사회복지 정책 차원에서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에 주안점을 두어 그들의 정서적 공허함을 채우고 안전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해소할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모, 교사 등 가정·학교 등에서 청소년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아동·청소년들의 그루밍 피해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지, 발견한 뒤에 아동·청소년들에게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대처 매뉴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면서 "취학 전 아동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기의 각 연령대에 적합한 교육 자료의 제작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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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하는 법안은 지난 2월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9월2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성착취를 목적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반복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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