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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취업 하니" '비대면 명절'에 잔소리 피한 젊은층 [허미담의 청춘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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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대신 '집콕' 택한 청년층…성인 4명 중 3명 "설 연휴 귀향 계획 없다"
직장인 5명 중 2명 "명절 스트레스 시달린다"

"언제 취업 하니" '비대면 명절'에 잔소리 피한 젊은층 [허미담의 청춘보고서]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설날 연휴 거리두기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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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편집자주]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까. 10대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청춘'들만의 고민과 웃음 등 희로애락을 전해드립니다.


# 취업준비생 김모(25)씨는 매년 명절 때마다 내려가던 고향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가지 못하게 됐다. 김 씨는 "고향에 가지 못해 내심 다행"이라며 "명절 때마다 친척들에게 '학점은 어느 정도 따야 한다', '자격증은 미리 준비 해둬야 한다' 등의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른들은 무심코 뱉은 말일지 몰라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며 "친척이라고 해도 1년에 몇 번밖에 보지 않는데 만날 때마다 잔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상해서 괜히 친척 집 가기도 꺼려진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정부가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하면서 귀향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친척들의 잔소리를 피할 명분이 생겼다며 오히려 비대면 명절을 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지들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청년들에게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전문가는 젊은층과 기성세대가 서로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조모(27)씨는 최근 고향으로 내려가는 KTX 승차권을 취소했다. 조 씨는 "KTX 등 교통수단에서 감염될까 봐 무서워서 고향 가기가 꺼려졌다"며 "부모님께서도 코로나19 때문에 걱정이 됐는지 먼저 오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이번 설은 집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씨처럼 올해 설 연휴 귀향을 포기한 청년층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알바콜'과 함께 전국 성인남녀 9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5%가 '귀향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성인 4명 중 3명이 귀향을 하지 않는 셈이다.


귀향 계획을 포기한 이유로는 '코로나 시국 및 방역지침에 따라'(56.5%)가 과반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15.5%도 '원래는 갈 계획이었지만 방역지침에 따라 귀향을 포기했다'고 했다.


또 가족 잔소리로 인해 귀향을 포기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응답자의 7.2%는 '가족 잔소리, 스트레스가 예상돼서 귀향하지 않았다'고 했다.


"언제 취업 하니" '비대면 명절'에 잔소리 피한 젊은층 [허미담의 청춘보고서] 부산 연제구 시의회 의원회관 외벽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설 연휴 거리두기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로 청년들이 명절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는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들은 친지들의 취업 독촉에, 미혼남녀의 경우 결혼 독촉 등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자신을 비혼주의자라고 밝힌 또 다른 직장인 이모(32)씨는 "20대 후반 무렵부터 친척들이 '결혼 언제 할 거냐', '애인은 있냐'고 물어봤다. '결혼 안 할 거다'고 답했더니 '그래도 결혼은 해야 한다', '나이 들었을 때 배우자나 자식이 없으면 외롭다' 등의 말을 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요즘 결혼 안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이렇게 결혼 독촉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대화 자체가 나에게는 스트레스"라며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친척 집에 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미혼의 경우,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람인이 직장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9.1%가 명절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미혼은 '(결혼, 직장 등과 관련한) 어른들의 잔소리'를 명절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 1위로 꼽았다.


코로나19 여파로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대신 취업 준비 등 자기 개발에 힘쓰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생 정모(26)씨는 "설 연휴에 지인들과 공모전 회의를 하기로 했다"며 "지인들과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는데 설 연휴에는 다들 시간적 여유가 있어 회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젊은 세대의 소통 노력과 기성세대의 적극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층은 기성세대의 질문에 원하는 대답을 못 할 것으로 생각한다. 즉 모든 질문을 부담으로 느끼고, 이를 피하고 싶어한다"며 "반면 기성세대의 경우, 젊은층에게 안부를 묻거나 질문하는 것이 일종의 관심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젊은층의 경우 어른들과의 자리를 계속 피하다 보면 서로의 관계가 더 멀어지고 불편해질 수 있다. 또 기성세대는 청년층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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