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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1970년대 남미 군사정권 잔혹행위 방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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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70년대 남미 군사정권의 잔혹 행위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반체제인사는 물론 신부와 수녀, 시민들이 '실종'되는 내막을 알고 있었음에도 CIA는 이를 막기는커녕 방관으로 일관했다.


1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CIA가 스위스 암호장비 업체 크립토AG를 통해 1970년대 당시 남미 군사정권이 반체제 인사를 탄압한 정보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WP는 독일의 방송사 ZDF와 함께 CIA 작전자료 등을 통해 CIA가 민간업체로 알려진 크립토AG를 통해 적성국가는 물론 동맹국의 정보까지 살펴봤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은 반체제 인사 체포나 제거를 위해 '콘도르텔'이라는 비밀 통신망을 가동했다. 이들은 크립토AG의 'CX-52s'라는 기계를 이용해 사실상 CIA에 모든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 남미 독재 국가들은 이 작전을 콘도르 작전이라고 명명했다. 애초 이들은 국가 간에 걸쳐있는 반군 세력 등에 대한 정보공유 목적으로 이런 통신망을 만들었다. 하지만 점차 주민 학살이나 해외 망명 중인 반체제 인사 제거에 관한 정보 공유 창구로 확대됐다.


이들은 반체제 인사를 비행기 밖에 던지는 등 잔혹한 방식으로 정적들을 제거했다.


CIA 내부에서도 이런 남미 정권들의 잔혹 행위에 대한 우려 움직임이 있었다. 1976년 CIA 부국장에게 보낸 메모 중에는 미국 대사들에게 "(남미 국가들이) 논의 중인 암살계획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해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WP는 미국의 역할이 단지 남미에서 벌어진 잔혹행위를 목도하는 것 이상으로 관여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CIA가 잔혹 행위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전직 정부 관계자는 "정보 업무는 일반 업무들과 다르다"면서 "불가피하게 어떤 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그 정보를 통해 확인된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을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첩보 관련 업무는 주로 정보를 모아 정책입안자와 군인 등에게 제공하고 이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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